트럼프의 회담취소는 "부동산 흥정과 같은 극단적 협상기술"

/AFPBBNews=뉴스1

노벨상 수상까지 거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음 달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협상의 달인인 그가 최종병기 '협상의 기술'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협상이 흘러가지 않자 '최대 압박' 전략으로 판을 다시 짜려 한다는 분석이다.

◇북미회담 취소의 표면적 이유
표면적으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맹비난한 것에 백악관이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부상은 이날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언급한 펜스 부통령을 향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백악관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 발표 후 수시 간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16일부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자극했다. 지난 16일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맹비난하며 당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했다. 이어 미국을 향해 "조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에 사전준비팀을 보낸 미국과 달리 북한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며칠간 싱가포르로의 수송 및 이동 계획 등에 관해 논의하자는 미국측의 요청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며 "성공적인 회담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작업을 수행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도 전했다.


지난 23일 오후부터 24일 오전까지 북미회담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내부 회의가 열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결정을 내렸다.

◇막판 '협상의 기술' 발휘한 트럼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해 이번 회담 취소를 결정한 것은 "트럼프가 그(김정은 위원장)의 헛소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리한 협상 본능을 발휘해 북미회담 취소라는 결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줄곧 김정은의 '사기 행각'을 똑바로 보라고 직언을 해왔다고 한다. '최대 압박' 전략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 목전까지 이르게 한 데에는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 북한이 돌발행동을 보이자 이 같은 기류는 더 세졌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요구를 하고 고통을 가한 뒤, 협상을 시작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협박과 회유'를 동반하는 부동산 거래 협상 방식을 이번 협상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를 알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것이 매우 엄청나고 막강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고 했다. 다시금 '최대 압박'을 통해 원하는 것을 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무대가 마련될 때까지 최대한의 고통을 주고 새롭게 판을 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스스로 '터프하게' 보이고 싶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자신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발을 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인 김정은 위원장의 돌발 행동보다 한 차원 높은 움직임으로 당황케 만드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날 공개서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마음이 바뀌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아직까지 협상의 문을 열어놨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