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불발에 숨죽인 재계…"희망의 끈 놓기 이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유창근 부회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재계가 북미 정상회담 취소 이후 상황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남북 경협의 상징 격인 현대그룹은 물론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우리 정부와 미국, 북한 등 북핵 관련 당사국에서 쏟아지는 소식을 모니터링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남북 경협사업 TFT'(이하 TFT)를 통해 전일 밤 전해진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 이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TFT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후 조직돼 활동에 들어간 상태였다. 현대아산 남북경협 운영부서와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 팀, 그룹커뮤니케이션실 등 그룹 및 계열사의 경협 전문가들이 역량을 모아 남북경협사업의 주요 전략과 로드맵을 준비했다.

현대그룹은 남북 경협의 상징 격인 기업이어서 재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슈에 대응해 왔다.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협 재개 시 당장 움직여야 할 사업들을 가장 많이 끌어안고 있어서였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도 상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대위원장은 이날 "출장 후 돌아오는 길에 (회담 취소)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간밤에 한숨도 못잤다"고 말했다. 김서진 비대위 상무는 "방북신청이나 재개를 위한 절차는 현재 올스톱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단 재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유창근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 TF단장은 "한반도 관계가 후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전진했다고 판단해 준비나 기대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 대화채널 자체가 닫힌 것은 아니라는데 의미를 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 "마음 바뀌면 전화하라"는 내용을 담았으며 김계관 북한 외무성은 김정은을 대신해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관계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차분하게 지켜보며 (기존에 준비하던 경협 사업을) 일관되게 준비 잘 하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삼덕통상의 문창섭 대표는 "아직 판이 깨진 것은 아니다"며 "(개성공단 기업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재개 준비를) 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과정의 우여곡절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만큼 우리 정부가 북미 양국을 이끌어주는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방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협상 스타일에 더 가깝다"며 "완전 취소가 아닌 잠시 연기됐다는 희망을 품고 기다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