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재판' 나선 금감원-삼바, 콜옵션놓고 본격공방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기 위한 금융위원회 2차 감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의 분식 여부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776,000원 ▼14,000 -1.77%)가 한 회의실에서 실시간 공방을 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얼굴을 맞대는 대심제가 적용되는 첫 감리위원회(2차 감리위원회)에서다. 양측은 지난 17일 열린 1차 감리위원회에서는 자정까지 의견진술을 하며 전초전을 치렀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오전 8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2차 감리위원회를 열었다.

감리위원들은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당겨 시작한 회의에서 지난 17일 1차 회의에 지정한 전문검토위원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주요 쟁점에 대해 우선 논의한 뒤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공방을 듣겠다는 의도다.

김학수 감리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1차 회의에서 당사자간 의견을 청취한 만큼 오늘은 전문가적 판단을 바탕으로 차분히 논의를 진행, 효율적으로 회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선 17일 감리위와 동일하게 김태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대리인단 등 9명이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37분 청사에 도착한 김태한 사장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변없이 곧장 회의 대기실로 향했다. 지난 1차회의에서 '작심발언'을 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책임을 묻겠다"며 금감원을 향해 쏟은 날선 발언에 대해 내부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재 여부를 놓고 당국과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해 득보단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금감원도 회계조사국 실무자를 중심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A4용지 4박스에 달하는 자료를 들고 회의에 참석한 금감원 측 역시 총력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대심은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됐다. 오전 1시쯤 1시간반여 동안 점심과 휴식시간을 보낸 것을 제외하면 4시간가까이 양측의 공방이 진행 중이다.

감리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회계법인(외부감사인)도 대심에 참가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1대 1 구도로만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차기 회의 윤곽은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첫 대심이 끝나는 저녁쯤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파트너사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관계자는 "대심 시작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감원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며 "차기 회의 여부와 일정은 양측의 대심이 일단락돼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차 회의 직후 공시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의사에 대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이후 꾸준히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혀왔다"는 '연속성'을 주장 중이다. 반면 금감원은 "현시점 필요에 따라 행사할 순 있지만 2015년 당시엔 판권 협상 결렬 등으로 인해 행사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