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찾아 삼만리… "인도 어디든 달려갑니다"

도승희 밸런스히어로 유저리서치파트장(왼쪽 3번째)이 인도 국민 앱으로 성장한 '트루밸런스' 이용자와 현장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밸런스히어로

"이용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인도 어디든 찾아갑니다."


인도에서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밸런스히어로의 도승희 유저리서치파트장(사진·32)은 인도 곳곳을 돌며 이용자를 만난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에서 휴대전화 요금 잔액 조회·충전 앱인 '트루밸런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인도는 한국과 달리 돈을 먼저 내고 그만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선불 방식이 일반적이다. '트루밸런스'는 인도에서 누적 다운로드 5000만건을 돌파하며 핀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트루밸런스'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는 인도 구석구석을 누비는 도 파트장의 발품이 한몫했다. 국내 대형 서점에서 전자책 MD(마케팅 디렉터)로 근무하던 그가 1년 중 8개월 이상을 인도에 머물러야 하는 일자리를 택한 이유는 '해외에서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도 파트장은 "낯선 나라에서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여행을 즐기는 제겐 인도에서 일하는 스타트업이 천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바, 모로코, 이집트 등 여행한 나라 중 인도를 가장 좋아했다"며 "입사 전 4번, 길게는 2개월 이상 체류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도 파트장은 데이터 분석, 온라인·전화 설문조사를 거쳐 심층 인터뷰 대상 이용자가 선정되면, 이용자가 거주하거나 일하는 공간으로 찾아간다. 앱 이용행태뿐 아니라 인도인들의 일상생활, 인간관계 등을 다각도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도 파트장은 "인도는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나라"라며 "이용자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기 위해 그들의 생활공간으로 직접 찾아간다"고 말했다.

인도의 방대한 영토, 문화적 특성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도 인구는 13억5400만명, 면적(329만㎢)은 우리나라보다 33배 넓다. 인도 농촌 지역의 경우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해 인터뷰를 약속한 이용자가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리기도 한다. 외지인이 두려워 10명이 넘는 가족, 친척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이용자도 있다. 도 파트장은 "한 지역의 경우 제가 그 동네를 방문한 첫 번째 외국인이었다"며 "생애 첫 외국인을 보고 감격스러워 하면서 용돈을 쥐어준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단 한 명의 이용자를 만나기 위해 10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한밤중에 길을 잃고 헤맨 아찔한 기억도 있다. 인도는 정부가 인정한 공식 언어만 22개에 달해, 여러 명의 통역사를 거쳐야만 대화가 이뤄질 때도 있다. 도 파트장은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외지인,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크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정이 많은 순수한 사람들"이라며 "먼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그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 파트장이 접한 생생한 인도 경험은 '트루밸런스'의 서비스 진화로 이어진다.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TV수신료, 전기세 등 납부 기능의 도입 시점을 앞당겼다. 서민들의 낮은 소득수준을 반영해 무제한 데이터요금을 할부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놨다. 도 파트장은 "우리의 목표는 인도 서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인도인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