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심사 부실, 투자금 돌려막기'..P2P 투자 주의보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금융감독원이 P2P대출을 취급하는 P2P 연계대부업자에 대해 실태조사한 결과 다수의 업체가 대출 심사, 담보물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부실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돌려막기로 원금을 투자자에게 상환하거나 허위·과장 공시를 하는 일부 업체의 고위험·불건전 영업행태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문제 업체에 대한 검찰 고발 등에 나서는 한편 P2P 대출시장에 대한 근거 법규가 마련되도록 국회,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P2P 연계대부업자 75개를 대상으로 지난 3~4월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금감원은 규제할 법적근거가 부족한 P2P 플랫폼(업체)을 대신해 이들 회사의 자회사인 연계대부업자를 통해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 상당수 업체는 P2P 대출이 취급되는 각 단계(대출신청→심사→투자모집→실해→사후관리)에서 다수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먼저 업체와 차입자가 공모해 허위·사기 대출을 신청할 경우 투자자는 부당 대출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웠다. 5개 회사는 관계사,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특혜대출해줬고, 한 P2P 업체의 직원은 명의도용한 허위 차주를 앞세워 대출을 신청한 뒤 투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최근 일부 건설사가 P2P 업체를 설립·인수하는 사례에 대해 사금고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대출심사 단계에선 부적격 차주에 대한 심사와 담보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P2P 연계대부업자는 평균 임직원수가 3명에 그친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실제 대출 심사 등은 모회사인 P2P 플랫폼이 했지만 충분한 심사인력을 갖지 못했다. P2P 업체의 평균 임직원수는 10.5명으로 이중 3.7명만이 심사담당이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일부 고위험 대출과 관련해선 투자자 모집시 허위공시·투자위험 미공시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차주에게 1년 이상 장기 대출하면서 투자자에게는 3개월 등 단기로 조달받아 직전 투자자에게 원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투자금을 분리보관하지 않는 업체도 있었다.

평균 대출금리는 12~16%로 중금리 수준이었으나, 플랫폼 이용료 등을 감안하면 차주의 실질적인 부담은 대부업자와 유사한 고금리였다. 특히 PF 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의 43%로 쏠려있어 향후 부동산 경기 하락시 투자자 손실 확대 가능성이 있다. PF 대출의 연체율과 부실률은 각각 5.0%, 12.3%로 평균(2.8%, 6.4%)보다 높다.

대출 사후관리도 문제가 많았다. 대출상환 원리금을 P2P 업체가 임의 관리해 지연지급, 횡령 등의 개연성이 있었다. PF 대출은 대출금 용도외 유용에 대한 통제가 미흡했다.

이밖에 대부분의 업체는 부실화 등으로 도산, 자진폐업할 때 투자자 피해, 법적분쟁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중단시 잔여 채권의 추심, 상환금 배분에 대한 대비책이 마땅히 없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P2P 연계대부업자의 금융위 등록여부를 확인하고, 고금리 상품은 부실위험이 높다는 점을 유의하는 등 투자에 신중해줄 것을 투자자에게 당부했다.

금감원은 연내 P2P연계대부업자 전수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허위공시 등 위규 의심업체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가이드라인 개정 등 현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P2P대출 관련 법률 제·개정을 국회, 금융위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