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드리블 사건, 당시 '라이벌' 이운재의 생각은?

이운재와 김병지 골키퍼(오른쪽) /사진=스쿨어택땅 제공

"난 깜짝 놀랐어요."


'맘스터치 지구방위대FC'가 스쿨어택땅으로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김병지와 그의 영원한 라이벌 이운재 수원 코치가 만났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둘은 지난 5월 3일 화성 화산체육공원에서 열린 프리킥 대결에서 모처럼 해후했다.

김 감독이 이천수와 백지훈, 현영민 등 지구방위대FC 선수들의 프리킥을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이 코치는 이들의 킥을 막는 골키퍼로 특별 출연했다. 우승은 이천수가 아닌 백지훈이 차지했다.

이벤트가 끝난 뒤 김 감독과 이 코치가 모이자 질문이 하나 터져 나왔다. "김 감독이 2001년 파라과이전에서 드리블할 때 어떤 심정이었나"란 질문이었다.


김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뒤 두 번째 경기에선 2001년 1월 홍콩 칼스버그컵 3~4위전 파라과이전에서 전반 도중 볼을 몰고 하프 라인까지 드리블하다가 상대 선수에게 빼앗겼다.

실점하진 않았으나 히딩크 감독이 화를 적지 않게 냈다.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김용대로 골키퍼가 바뀌었다. 이른바 '김병지 드리블 사건'이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축구 팬들의 기억에서 지워질 수 없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이때 김 감독은 히딩크 감독 눈밖에 벗어나 대표팀에서 시련을 겪다가 2002 한.일 월드컵 앞두고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선택은 이운재였고 결국 월드컵 1차전 폴란드와 경기부터 3~4위전 터키전까지 7경기를 모두 이 코치가 뛰었다.

질문을 받자마자 옆에서 듣고 있던 김 감독이 "오지다(놀랄 정도로 대단하다) 그랬겠지"라며 웃어 주변 사람들도 '빵' 터졌다.

이 코치는 "나는 깜짝 놀랐다"면서도 "선배님(김 감독)이 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고, 내 스타일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선 틀리다 맞다라고 할 수 없는 거다"라며 선배를 감쌌다.

그러자 "깜짝 놀랐다는 것은 뭔가요"란 질문이 이어졌다. 이 코치는 "난 안 하는 거니까. 그때 벤치가 아니라 관중석에 있었다"면서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이상하게 몰아가네"라고 맞받아쳤다.

김 감독이 "결과적으로 제일 혜택 받았던 친구는, 후반전 용대가 들어가지 않았나"라며 수습하자 이 코치가 갑자기 "용대가 들어가서 승부차기 갔는데 승부차기를 막았다"며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때 월드컵 대표팀 막내였던 현영민 해설위원이 이 코치를 콕 찔렀다. 현 위원이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더니"라며 바로 공격한 것.

2002년 멤버 막내인 현 위원의 등장에 이 코치 "아, 옛날 생각난다"며 현 위원에게 경고를 던졌다. 민감한 주제였으나 김 감독과 이 코치의 주고받는 '말의 향연' 속에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흘렀다.

한편 17년 전 그날의 생생한 이야기는 슛포러브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