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E 제재해제'에 '퀄컴 화답'? 무역갈등 美中, 선물 주고받기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무역협상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중국이 상호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했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중흥통신)에 대한 제재 해제안을 꺼냈고, 중국은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회사 인수 승인 카드로 화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 해제안을 미 의회에 보고했다.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미 상무부의 중재로 ZTE 제재 해제 관련 합의를 이뤘으며, 합의안에는 ZTE 경영진 교체, 미국 측의 준법감시인 고용, 13억달러 벌금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신, 미 상무부는 ZTE에 대한 7년간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부품 공급 금지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슈머 상원의원과 오바마 행정부는 아무런 보안 문제 확인 없이 ZTE가 번영토록 방치했다"며 "매우 높은 수준의 보안을 보장하면서 (ZTE를) 사업 재개 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존폐 위기에까지 이른 ZTE는 이로써 기사회생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미국의 인텔·퀄컴 등으로부터 핵심 부품의 20~30%를 공급받던 ZTE는 부품 수급 차질로 고사 위기에 몰렸다. 단, AP통신은 이번 합의안이 의회에서 즉각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지난 22일 의회 승인 없이 ZTE 제재 완화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ZTE 제재 완화 소식이 전해진 하루 뒤 중국 당국은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의 네덜란드 기업 NPX 인수를 승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양국의 무역갈등이 완화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독점 심사를 담당하는 중국 시장규제국은 28일 회의를 열고 퀄컴-NPX 인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양사 합병이 모바일 결제 등 분야에서 자국 기업에 큰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를 먼저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NXP는 모바일 결제에 사용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퀄컴은 440억달러(약 47조원)에 NPX 인수를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9개 주요 국가 당국의 반독점 승인이 필요하다. 한국·미국·유럽·러시아 등 8개 국가는 승인을 내려 중국의 승인만 남은 상황이다. 중국은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등을 이유로 수개월 동안 승인을 미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