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고 밀고 당기고" 트럼프 방식이 거둔 한반도 '해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를 알리는 서한문을 보낸지 3일만에 상황이 180도 뒤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재개 여지를 남겨둔 바 있지만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정상회담 일정이 바뀐 게 없다"고 선언하게 된 것이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전격적인 비공개 정상회담을 개최해 이같은 극적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워싱턴 정가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승리라 평가했다. '트럼프의 방식'을 통해 강경 움직임을 주도하던 북한 내부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력화시켰다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협상이 매우 잘 돼 왔다"며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알린지 3일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지는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말이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우린 싱가포르에서 6월12일을 기대하고 있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 한반도 비핵화에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그건 북한과 한국, 일본, 중국, 전 세계에 좋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북미관계 급변의 배경에는 북한 내부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었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비핵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김 위원장에 반발한 북한 강경세력들이 그간의 상황을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에도 분명 지금과 같은 새로운 프레임에 따른 새로운 장에 반대해 온 특별한 세력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도 한국의 일부 보수 정당처럼 낡은 틀에서 사소한 것도 반대해온 회의론자들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간 보여준 북한의 비협조가 기득권층 주도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북한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조치가 경제제재 해제와 체제안정 보장이 시급한 북한에서 기득권층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직접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강경세력의 반발을 어느정도 무마시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또 그는 김 위원장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늦게 발표해달라 요청한 것은 북한 내부의 강경세력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발표를 하루 연기하면서 이 새로운 장을 위한 그의 권력 기반을 통합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지금 한반도에 형성된 분위기를 매우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역할 분담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한 몫했다는 평가다. 한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나쁜 경찰과 좋은 경찰'식의 역할 분담을 했다는 얘기다.

그는 "끌고 밀고 당기는 게 트럼프의 방식(very much trumpian way)"이라며 "이 모든 것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굳건한 한미동맹 상호신뢰의 결정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