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서울대 H교수, 시민단체도 "즉각 파면"

28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H교수 파면 요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선거 후보 출마자들이 '갑질' 의혹을 받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H 교수 파면을 요구했다.


징계 수위를 두고 학내 갈등이 길어지면서 학외로도 사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28일 오전 11시 관악공동행동 산하 13개 시민단체와 관악구의원 후보자들은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H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녹색당·민중당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징계위원회의 정직 3개월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한다" "서울대 본부는 H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인범 H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학생모임 대표는 "서울대 징계위와 H 교수 옹호세력 때문에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대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승한 관악공동행동 상임대표는 연대 발언에서 "학생들을 종처럼 부리는 교수가 있는 곳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냐"며 "징계위의 결정은 잘못된 동료의식이 발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징계위가 계속 H 교수를 옹호하는 것은 교수와 학생 간 권력 관계에서 교수가 행사해 온 부당한 갑질 행위를 반성하지 않으려는 마지막 발악"이라며 "서울대 공동체 내에 깊은 불신과 갈등의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대와 징계위가 거듭된 독선적 결정과 가해자 감싸기를 자행한다면 관악구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학생처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H 교수는 학생과 직원, 조교 등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성희롱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본인이 지도하는 대학원생에게 자택 냉장고 청소·휴대폰 개통·옷 수선 등 사적 업무를 강요하고 연구비 등 약 1500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 제기도 나왔다.

교육부는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달 24일 H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대 징계위원회는 이달 21일 H 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1일 징계위가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리자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징계 수위가 너무 약하다"며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은 "징계위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솜방망이 처벌을 시도하면서 피해자들과 학생들은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며 징계 수위에 반발하고 있다. 사건을 공론화한 사회학과 대학원 대책위원회 소속 10명은 징계 재심의가 이뤄진 이후 24일 집단 자퇴서를 제출했다. 같은 사회학과 교수진도 정직 3개월 징계와 H 교수의 복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