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이명희 경찰 소환…"물의 일으켜 죄송"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폭행과 상해 등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갑질' 의혹을 받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 이사장은 대기업 총수 부인 중 폭행 관련 혐의로 처음 경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이사장은 28일 오전 10시쯤 서울시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자리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가위나 화분을 던진 사실이 있느냐",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죄송하다", "피해를 끼쳐 피해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죄송하다'는 표현만 반복했다.

상습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사받고 말씀드리겠다"며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시도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이날 이 이사장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이 이사장 측은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합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를 본다면 처벌 자체를 피할 수는 없더라도 신병 처리 과정 등에서 정상 참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이날 검은색 정장 차림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경찰에 출석했다.

이 이사장 출석에 맞춰 서울경찰청 앞에서는 시민단체가 이 이사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도 벌였다. 일부 단체 회원들은 이 이사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청사 내부로 진입하려 시도해 경찰과 충돌하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퇴직한 한진그룹 관계자와 자신의 운전기사 등에게 고성과 욕설을 퍼붓고 물리력을 행사한 혐의(폭행)를 받고 있다. 이번 소환조사는 이달 4일 피의자로 입건된 이후 24일 만이다.

대기업 총수의 부인이 폭행 관련 혐의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웬만하면 총수 부인까지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이명희 이사장까지 경찰에 소환되면서 두 딸인 조현아·조현민씨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 일가 세 모녀가 이번 갑질 논란으로 모두 수사 기관에 불려 나오게 됐다.

경찰은 이 이사장에게 폭행뿐 아니라 상해 혐의도 적용해 소환했다. 신체에 물리적 유형력을 가했을 때 적용되는 폭행죄와 달리 상해죄는 신체에 실제로 손상이 가해졌을 때 적용된다. 또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지만 상해죄가 적용되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다. 상해죄가 폭행죄보다 형량도 무겁다.

경찰은 경비원과 운전기사, 가사 도우미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가위·화분 등을 던졌다"는 진술도 확보해 이 이사장에게 상습폭행과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이 이사장이 인천 하얏트 호텔 직원과 자신의 운전기사 등에게 폭언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내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와 기초 자료 수집 등을 거쳐 이달 4일 이 이사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한 후 이 이사장의 신병처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갑질에 대해선 엄중히 수사해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