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따라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전자피부'로 원격 조정

무선통신망으로 연결된 전자피부 쌍의 구동/사진=서울대

#, A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복잡한 내부 구조와 무너진 건물 잔해로 구조대 진입이 어렵게 되자 상황실에선 즉시 인명구조용 소프트 로봇 투입을 지시한다. 로봇은 통로 모양에 맞춰 몸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생존자가 위치한 엔진실에 다다른다. 건물 외부에서 로봇을 원격 조정하던 구조대원이 사람을 들쳐안는 포즈를 취하자 로봇도 똑같은 동작을 하며 환자 이송작업을 실시한다.

로봇팔과 사람의 팔에 붙인 전자피부 한쌍/사진=서울대

이는 서울대 공대에서 내놓은 연구성과 자료를 참고해 가상으로 꾸며본 이야기다. 31일 서울대학교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홍용택 교수, 기계항공공학부 조규진 교수, 변정환 박사, 이윤택 연구원 등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동작센서, 신호입출력장치, 무선통신회로 등으로 구성된 전자회로를 신축성 있는 전자피부 형태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전자피부를 소프트 로봇에 적용, 손가락 마디를 움직이거나 주먹을 쥐는 등의 간단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향후 가정 내 노인 돌봄 로봇 및 스마트공장의 인간-로봇 협동제조로봇 등에 응용될 전망이다.

소프트 로봇은 애니메이션 ‘빅히어로’에서 하얀풍선 모양의 의료용 로봇 ‘배어맥스’와 같이 딱딱한 금속 소재 대신 부드럽고 변형이 쉬운 연성 물질로 만든 로봇을 말한다.

기존 소프트 로봇을 작동시키려면 커다란 공압제어기와 기존 회로기판 등에 의존해야 해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 로봇을 디자인하는 측면에서도 제약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로봇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전자회로를 두께 1mm, 무게 0.8g의 전자피부 형태로 개발했다. 또 사람의 동작에 맞춰 움직이는 로봇 구동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 이 피부를 무선망으로 연동된 한쌍으로 제작했다.

전자피부 한 장은 사람의 손바닥에 붙어 입력신호를 감지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다른 한 장은 소프트 로봇 손바닥에 붙여 손가락이나 손목의 동작을 원격 제어하는 식이다. 이 전자피부는 초박형에 신축성도 지녀 소프트 로봇 몸체 어느 부위에나 붙일 수 있다.

전자피부가 집적된 소프트 로봇손/사진=서울대

이처럼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는 간단한 제어기술을 통해 소프트 로봇은 높은 자유도의 연속 움직임이 가능하게 된다.

조규진 교수는 “완전한 소프트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선 구동기나 센서 등의 크고 무거운 부품들도 소프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는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형태여서 여러 종류의 소프트 로봇을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로보틱스’ 30일(현지시간)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