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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되찾자" 백년 전 그 약속, 하나의 노래되어 울려퍼지다

1~2일 예술의전당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 기념 음악회 '백년의 약속' 개최

무대안팎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입력 : 2018.06.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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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내에 '백년의 약속' 대형 포스터가 걸린 모습./사진=배영윤 기자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내에 '백년의 약속' 대형 포스터가 걸린 모습./사진=배영윤 기자


대한민국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나라가 아니다. 남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나라는 더욱 아니다. 100년 전 상하이 작은 건물에서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독립운동가들이 수립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유와 평화의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그 때의 약속이 하나의 노래가 돼 서울을 넘어 한반도에 울려 퍼졌다.

지난 1일 저녁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 기념 음악회 '백년의 약속'은 항일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이날에 이어 지난 2일 오후 진행된 두번째 공연까지 총 4000여명 관객들이 가슴 속에 저마다 '백 년 전 그 약속'을 아로새겼다.

공연은 1부 콘서트와 2부 오페라가 각각 80분씩 총 160분간 진행됐다. 음악회 핵심은 2부 오페라 '바람과 구름이 되어' 공연이었다. 어느 작은 마을의 두 친구 찬수와 우봉, 그리고 찬수의 연인 아랑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한 '독립운동사'를 그렸다. 항일독립운동 당시 좌우 진영을 대표하는 작곡가 한유한과 정율성의 오페라 '아리랑'과 '망부운'을 하나의 작품으로 각색·편곡했다.

공연을 주최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측은 "두 작곡가 작품을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은 전례없는 시도"라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지역, 이념, 세대 구분이 없었다는 '통합'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운동 시절 좌우 진영을 대표하는 작곡가 한유한(왼쪽)과 정율성./사진=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그룹씨어터 반도
독립운동 시절 좌우 진영을 대표하는 작곡가 한유한(왼쪽)과 정율성./사진=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그룹씨어터 반도
오페라로 못다한 이야기는 1부 콘서트에 담았다. 클래식, 팝,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10곡을 구성해 독립운동 과정에서 우리를 도왔던 이들을 기념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1부 첫 곡은 이날 음악회의 선율을 책임진 성남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체코 민족음악 창시자인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우리 민족만큼이나 탄압과 억압 받았던 체코 사람들과 청산리대첩 승리에 기여했던 체코군단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 음악회 문을 여는 곡으로 낙점됐다.

독립운동에 힘을 보탠 나라들을 기억하는 곡은 '나의 조국' 뿐 아니었다. 독립운동가 김원봉과 그를 도왔던 헝가리인 폭탄 기술자의 합작을 기념해 피아니스트 백명진이 '헝가리안 랩소디 No.2'를 연주했다. 육군사관학교 합창단은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병사들의 합창'을 불렀다. 1919년 중국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 임시정부 수립으로 맺어진 대한민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인연을 기억하고 우리 선열에 대한 존경심을 담았다.

이 외에도 한복을 입은 어린이 합창단과 성악가들이 나라 잃은 설움과 독립의 희열을 노래했다. 팝핀현준과 래퍼 JJ&작규가 댄스와 랩을 통해 현대의 시각으로 그날의 역사를 무대 위에 새겼다.

'백년의 공연' 시작 전 무대 모습./사진=배영윤 기자
'백년의 공연' 시작 전 무대 모습./사진=배영윤 기자


2부의 막이 오른 후 스크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4·27 남북정상회담 장면을 시작으로 1945년 히로시마 원폭, 1940년 한국광복군 창설, 19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909년 안중근 의사 이토히로부미 저격 등 100여년간 우리 역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비춰졌다. 무대 위에는 새 하얀 옷을 입은 마임배우 유진규의 흰색 천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그 시절 그 곳 그들'에게 데려갔다.

배우들의 열연과 스크린의 여상이 조화를 이뤄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했다. '통합'의 오페라라는 공연이 가진 의미 만큼이나 객석에서도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하나의 넘버가 끝난 다음에야 박수가 터져나오는 보통의 오페라 공연과 달리 중간 중간에 박수 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세우자 우리 새로운 나라 동포들아 노력해"라며 배우들이 '대한독립만세'를 노래할 때 관객들도 박자에 맞춘 박수로 힘을 보탰다. 일본군에 포로로 잡힌 아낙들이 "이리 피해 도망, 귀향이 언젤까", "내님 소리인가 차가운 바람소리"를 부를 때, 생이별했던 찬수와 아랑이 재회 후 일본군 총에 맞고 "대한독립 위하여 하늘에서도 싸우리, 달빛 타고 우리 고향 찾아가요" 노래하며 죽어갈 때 함께 눈물 흘렸다.

이날 음악회는 육군사관학교 생도 63명으로 구성된 합창단과 군악대 장병 5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더욱 배가됐다. 육사 생도들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 건 처음이다. 두달 여 동안 개인 시간을 쪼개 틈틈이 연습한 노력과 땀이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무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연장을 찾은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은 "생도들이 이번 공연에 직접 참여하면서 '압록강행진곡' 등 당시 군가도 불러보는 등 머리가 아닌 몸으로 경험함으로써 역사적 정통성을 깨닫고 자부심과 사기가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군사대비태세에 전념하다보니 그동안 독립군·광복군 역사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일제에 의해 지워지고 끊어진 역사를 되찾는 일이라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회장은 "대한민국이 성립된 것은 주변의 도움도 있었지만 하늘을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스스로 도왔던 결과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런 나라는 세우고 이렇게 나가자'했던 백년 전 약속과 100년 동안 쌓아온 것들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공연을 계기로 역량이 좋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고 내년 100주년에는 더 좋은 공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백년의 약속'은 사전에 관람권 신청을 받아 무료로 진행됐다. 오는 1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세번째 공연이 열린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는 이번 음악제에 이어 오는 8월 영화제, 11월 문학제를 열어 100년 역사를 되짚는 시간을 계속 이어간다.

1일 저녁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백년의 약속' 2부 오페라 '바람과 구름이 되어' 마지막 무대에서 전 출연진들이 무대 위로 등장하고 있다./사진=배영윤 기자
1일 저녁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백년의 약속' 2부 오페라 '바람과 구름이 되어' 마지막 무대에서 전 출연진들이 무대 위로 등장하고 있다./사진=배영윤 기자

배영윤
배영윤 young25@mt.co.kr facebook

머니투데이 문화부 배영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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