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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양승태의 취임사와 퇴임사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익태 사회부장 |입력 : 2018.06.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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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함에 있어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 바칠 것을 다짐합니다…재판의 독립 없이는 법원이 결코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존속할 수 없음을 저는 확신합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취임 당시 국민 앞에 이렇게 약속했다. 하지만 재임 기간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사뭇 달랐다. 법원은 검찰이 수사하고 증거를 제시하면 판단할 뿐 스스로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에 불응하면 어떻게 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특별조사단이 갖고 있던 한계였다. 이를 백번 인정해도 그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법원행정처와 입장이 다른 판사들을 조사·관리한 정황,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판결을 갖고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정황…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의지는 집요했다. 재임 시 각 지방법원을 돌며 등산 단합대회를 할 때도 판사들이 상고법원 플래카드를 들고 산을 올랐을 정도였다.

특히 말 문이 막히는 것은 법원이 ‘국정운영을 뒷받침한다’는 구절이 포함된 문서가 나왔다는 점이다. 사실이면 법리에 의한 재판을 한 게 아니라 정치를 한 거다.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양심, 3권 분립의 원칙을 송두리째 희롱한 ‘사법 농단’이다.

하지만 퇴임 후 8개월여 만에 자택 인근 놀이터에 나타난 그의 해명은 전면 부인이었다. “순수하고 신성한 대법원 재판을 함부로 폄하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국민들과 일선 판사들이 받은 충격은 아랑곳하지 않아 보였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법원이 행사하는 판결권은 국민이 위임해준 것이지 하늘이 준 권한이 아니다. 법관의 독립이 곧 사법부가 성역은 아니라는 말이다. 법관의 독립은 법관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전직 대법원장이 해명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자체가 사법부의 신뢰위기를 상징하는 것이란 점을 정작 모르고 있는 걸까.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실망 자체였다. “내가 가야 합니까?” “검찰에서 수사한답니까”라는 말에선 자신이 조사 대상도 될 수 없고 검찰 수사가 불가능할 것이란 오만함까지 느껴졌다.

법원행정처가 독자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까. 왜 조사를 거부하나. 사전에 인지했는지, 나아가 지시를 했는지, 아니면 아랫사람들의 과잉 충성이었는지 밝히려면 당연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 임기를 마치고 서초동을 떠나며 “오랜 법관 생활에서 국민의 신뢰야말로 사법부의 유일한 존립 기반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국민의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속 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지 않았나. 곤두박질친 신뢰 회복을 위해선 누구보다 진실 규명에 앞장서야 한다.

검찰 고발에 대한 무용론도 흘러나온다. ‘순수하고 신성한’ 대법원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고발한 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리하거나, 기소했을 때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수 있겠느냐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대법원이 수사와 재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볼 우려도 있다. 법원 수뇌부의 발언 수위가 낮고 처리 의지가 미온적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제 살을 도려내야 한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시간을 끌수록 사법부의 신뢰가 더욱 훼손될 수 있는 탓이다.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 조직과 재판의 안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별검사를 임명하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도 움직여야 한다. 대통령도 구속됐다.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광화문]양승태의 취임사와 퇴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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