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야기]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뒤 기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 당선자보다 미디어를 잘 이용한 인물로 꼽힌다. 역대 선거에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TV 미디어를 활용해 선거 승리를 따냈다. 오마바 전 대통령의 선거 승리 일등 공신은 소셜 미디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TV와 소셜 미디어 모두를 효율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중에서도 그의 트위터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 ‘Make Amreaca Great Again' 이라는 그의 선거 구호도 트럼프 트위터에 처음 게재됐을 정도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는 트위터 사용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계정 팔로어는 현재 5220만여명에 달한다. 트위터 통계에 따르면 2017년12월 기준으로 트위터 전체 월간 사용자수가 3억3000만명. 그 중 미국에 거주하는 사용자 수가 6800만명이다.


대통령이 되면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취임식날부터 트위터를 이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관리하는 공식 계정 '@POTUS'(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사용을 꺼렸다.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백악관 관계자들에 의해 검열 당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개인 계정(@realDonaldTrump)을 선택해 낮과 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저없이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공식 계정은 개인 계정을 리트윗하는 식으로 활용한다.)


뉴욕 타임즈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4월 30일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인물, 장소, 물건 등을 비난하거나 모욕한 트윗이 459건이다. 북한과 긴장상태를 최고조로 만든 ‘더 큰 핵 버튼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도 트위터를 통해서 생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수습하는 데 지쳐 백악관을 떠나는 보좌진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소문이다. 또 대통령을 수행하는 일중 가장 힘든 일이 대통령 트윗에 대비하는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많은 메시지들을 트위터를 통해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 정치인이 아니어서 워싱턴 정가 방식에 익숙지 않다. 주류 미디어와 관계도 좋지 않다. 평범한 백인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는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대화 수단’이다. 즉흥적이고 독단적 성격과도 맞아떨어진다. 아무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통신 수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을 비판하는 이들이 적잖지만 오히려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미디어 채널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트위터를 통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해고, 북미정상회담의 주요 뉴스 등이 좋은 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주류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미디어 대응 전략도 담겨 있다. 주요 언론이 아니라 트위터에 주요사안들을 다룰 것을 예고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미국 주류 언론은 물론 세계의 언론 모두 트럼프 트위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트위터를 인용해 기사를 쏟아낸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란 직책 때문이겠지만 트럼프 개인 트위터 계정이 공식 미디어 수단 역할을 하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미국 발 한국 관련 뉴스에서 백악관이 공식 대변인인 새라 허커비 샌더스의 이름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인용을 더 많이 접하는 것만 봐도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나의 만남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다, 우리는 정상회담이 세계 평화에 매우 특별한 순간이 되도록 만들려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공개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관련 흥미로운 판결이 있었다. 지난 5월 23일, 미 연방법원 나오미 라이스 벅왈드 판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특정인물을 차단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뉴욕 컬럼비아 대학소속‘Knight First Amendment Institute’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 접속을 차단당한 7명의 원고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소셜 미디어 담당자인 다니엘 스카비노를 향해 제기한 것이다.

주요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팔로워 차단 행위가 ‘미국 수정헌법 제 1항’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 아닌가 여부였다. 벅왈드 판사는 판결문에서 “개인 계정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정부의 주요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지정된 공공의 대화의 장으로 여겨지고 이곳에서 개인을 차단하는 행위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명시했다. 또 “원고인의 표현의 자유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이해관계보다 우선한다”고 판결했다.

벅왈드 판사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고려해 실행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차단을 풀어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 측은 원고들의 계정 차단을 풀지 않고 있다. 항소 여부에 대한 의견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원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단을 풀지 않을 경우 법원에 이행명령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개인의 소유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 장, 대통령의 공식적인 공간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표현을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면 앞으로 많은 단체나 기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을 가지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