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식당 프랜차이즈 인큐베이팅, 궁금하쥬?"

"상장할 때 꼭 풀메이크업 해야 하나유?"

최근 서울 논현동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백종원 대표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힌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상장 전 매출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였다고 한다. 기자 역시 증시에 입성하려면 매출 우상향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 대표는 달랐다.


백 대표는 "공모자금이 많이 필요하면 초반에 잘 보여야겠지만 돈 때문에 상장하는게 아니다"며 "민낯으로 상장한 이후 가꿔서 점점 예뻐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주주들에겐 더 좋지 않나"고 되물었다.

지금껏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증시 문턱을 정식으로 넘지 못하고 모두 우회상장했다. 유행주기가 짧은 탓에 사업지속성·성장성을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상장 전 실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반짝 주목을 받다가 금세 내리막길을 걷는 사례도 많았다. 백 대표는 이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민낯의 더본코리아로 증시 문을 통과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상장을 통해 더본코리아의 '우군'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곁들였다. 더본코리아 지분을 나눠 가질 주주들이 애정어린 눈길로 회사의 성장을 지켜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비싼 비용을 들여 기업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주주들이 알아서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상장 후에는 '프랜차이즈 인큐베이팅'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더본코리아의 미래 먹거리다. 프랜차이즈업에 뛰어들었는데, 방법을 몰라 헤매는 사람들에게 그의 노하우를 살려 단계별 가이드는 물론, 식자재 공급까지 해결해주는 외식업자들의 놀이터, 일종의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생각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TV프로그램 '골목식당'을 하면서 더욱 짙어졌다.

백 대표는 "외식업에 열정과 재능이 있어도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가맹점 10~20개로는 공장에 특제소스를 주문하거나, 원하는 크기의 식재료를 공급받는 게 어렵다"며 "더본코리아는 오랜 기간 협력업체들과 신뢰를 쌓아왔기에 테스트 물량도 요청이 가능하고 소규모 업체들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 제품을 사려고 회비를 내듯, 소형 프랜차이즈들에게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공급하는 창구로 역할하겠다는 말이다. 본사 매출의 80% 가량이 소스 등 식자재 물류업에서 발생하는 더본코리아의 강점을 살리는 사업 모델이다.

지난해 1월 제주 중문단지에 오픈한 '호텔더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제주도를 아끼는 마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호텔, 음식점 폭리에 국내 관광객까지 제주도 대신 일본·동남아로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이 안타까웠다는 말이다.

백 대표는 "제주도를 참 좋아하는데, 갈 때마다 호텔이고 음식이고 너무 비싸서 한숨이 나온다"며 "관광지니까 비싼 값을 받아도 된다는 논리는 안된다. 전세계 관광지와 경쟁하는 건데 이 상태라면 소비자가 등돌리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더본호텔'을 성수기에도 10만원대에 묵을 수 있는 가성비 '갑' 호텔로 선보인 이유다. 투숙객은 웰컴드링크에 웰컴푸드를 기본으로 제공받고 조식뷔페도 9900원에 먹을 수 있다. 그 덕분에 더본호텔 객실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꽉 차 있다.

"호텔 매니저가 처음엔 중문단지 시세에 맞춰 비싸게 객실료를 책정하면서 2년 적자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차피 적자날 거면 방값을 저렴하게 해서 객실을 꽉 채우고 홍보비로 생각해버리자고 했다. 그런데 막상 열고 보니 반응이 너무 좋아 적자가 크게 안난다."

대보유통과 손잡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고속우동'을 론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휴게소 우동이 왜 이렇게 비싸야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바가지'가 당연시되는 게 싫다는 거다. 그래서 '고속우동'은 푸짐한 구성에도 가격이 3500원이다.

백 대표는 "'바가지'에 누가 지갑을 흔쾌히 여나. 가격대별로 식당이 포진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더 많아져야 소비가 살아난다. 접하기 쉬운 가격대의 브랜드를 선보여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 나와 더본코리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