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에 휘둘리는 한국GM 군산·부평 공장

지난달 말 공식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을 두고 정치권에서 각종 '회생'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전북 군산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반면 살아남은 한국GM 인천 부평공장에 대해서는 인천시장 후보자들 간 "누가 한국GM을 살렸는가", "누가 진짜 GM 차를 타느냐" 등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강임준 군산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전기차 공장으로 부활'을 1번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북도, 군산시, 전북도 국회의원 등 지자체·정치권·시민사회단체와 '범도민대책기구' 구성해 올 하반기부터 정부에 미래형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 추진을 강력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당 전북도당은 "군산상공회의소와 지역 기업인을 중심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전북도민들이 '회사 주식 한 주 갖기 운동'을 벌여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회사를 설립하자"는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임준 군산시장 후보는 한국GM 군산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사진=강임준 후보 공약집

군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관영 국회의원(바른미래당 전북도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군산공장 해법 마련을 촉구하는 5분 발언을 했다. 앞서 그는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대안 마련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정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지는 않았지만, 최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도 지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공장 매각이나 임대의 경우 신차 생산까지 최소 5년이 걸리지만, OEM은 기존에 있는 모델을 주문 제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산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GM 본사의 협조를 받아 MOU를 체결하는 등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김관영 의원이 지난달 29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사진=휴대폰 화면 캡처

이와 관련 한국GM 관계자는 "지금 군산시장에 출마하는 사람은 '군산공장에 대한 해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 안할 수 없는 상황이니 온갖 시나리오가 다 나오고 있다"며 "한국GM이 별도의 군산공장 처리 방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군산공장 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 말 기준 1242억8400만원이며 업계에서는 이를 매각하면 한국GM이 2000억원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4월 "인수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인천시장 선거 후보들은 '한국GM 차량 이용 여부'와 '경영정상화 기여도'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문병호 바른미래당 후보는 지난 3일 '현대·기아차 타는 1번·2번 후보와 한국GM 캡티바 타는 3번 후보 중 누가 인천시장에 적합한가'라는 논평을 내고,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정복 자유한국당 후보를 겨냥한 공세를 펼쳤다. 문 후보는 또 오랜 기간 한국GM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또 GM 차량을 이용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 측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국GM 캡티바를 타고 있다"며 "(시장 재임 중인) 4월에는 협력업체 경영안정자금으로 500억원을 긴급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도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달 2일 인천언론인클럽 주최 토론회 때 문 후보가 기아차 카니발을 타고 온 사진까지 공개하며 "선거 중 한국GM 차량을 이용하는 인천시장 후보는 유 후보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각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내역에 따르면, 실제 한국GM 차를 '소유한' 인천시장 후보는 문병호 후보(캡티바)와 김응호 후보(트랙스)다. 선거운동 기간에 한국GM 차를 '타는' 인천시장 후보는 유정복 후보다.

인천 경제에서 한국GM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한국GM의 국내 최대 공장이자 본사가 부평에 있고, 협력업체 인력까지 합치면 5만2000여명으로 인천 제조업 취업자의 14.8%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인천시장 출마 후보들은 서로 "내가 한국GM을 살렸다"거나 "경영정상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공장 인근에 '기아차 타는 박남춘 vs. GM차 타는 유정복, 누가 GM을 지키고 있나요?'라는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측의 선거 유세 카드가 걸려 있다./사진제공=인천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