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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길 위의 편지]쿠바에서 공중화장실 사용하기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머니투데이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입력 : 2018.06.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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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고속도로 휴게소. 이곳도 화장실은 유료다./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쿠바의 고속도로 휴게소. 이곳도 화장실은 유료다./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자신 있게 자랑하는 게 하나 있다. "코리아는 말이야. 화장실 정도 가지고 치사하게 굴지 않아. 곳곳에 공중화장실도 있지만 큰 건물에는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개방화장실이라는 게 있다고."

그게 무슨 자랑거리냐고 물을 사람도 있겠지만,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화장실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안다. 무료화장실을 찾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유럽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돈을 내고 볼 일을 보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도 공중변소 앞에 앉아 돈을 받는 '화장실 지킴이'들이 있었다. 그러니 화장실 문화 따위로 선·후진국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여전히 화장실을 찾는 게 어렵기도 하고 쓰는데 인색한 곳들이 많다. 그래도 유럽 같은 곳에 비하면 편리하고도 인심이 무척 후한 편이다. 카페 화장실 한 번 이용하기 위해서 비싼 커피를 마신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니까.

쿠바의 공중화장실 문화는 꽤 독특하다. 무엇보다 무척 불편하다. 특별히 더럽거나 우리와 구조가 달라서 불편한 게 아니라, 갈 때마다 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상륙한 자본주의가 낳은 산물이다. 쿠바에서는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며 화장실을 다니는 게 좋다. 진짜 마음이 쓰이는 것은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내키는 대로 내면 된다. '달라는 대로'가 아니라 '내키는 대로'라니 편할 것 같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게 바로 함정이다. 호주머니에 1CUC(페소 콘베르티블레, 주로 외국인이 사용하는 쿠바 화폐 단위)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걸 주고라도 볼 일을 봐야한다. 거스름돈을 안 주기 때문이다. 1CUC면 1200원이 넘는, 쿠바인에게는 엄청난 돈이다. 물론 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적은 돈은 아니다. 하루에 화장실을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1CUC 정도는 척척 던진다.

아바나의 노천카페. 술은 쉽게 마시지만 볼 일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아바나의 노천카페. 술은 쉽게 마시지만 볼 일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사진제공=이호준 여행작가

소위 자본주의 식 '돈독'이 오르다보니 쿠바인들은 화장실을 지키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음식점에서 손을 씻으러 가도, 식사 후 볼 일을 보러 가도, 화장실문 앞에 아주머니 하나가 눈을 부릅뜨고 앉아있다. 들어갈 때 아무도 없어서 쾌재를 불렀는데, 나오다 보면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술을 마시러 클럽에 갔는데 안주인이 의자를 놓고 턱하니 앉아있는 경우도 있다. 술을 파는 것보다 화장실 입장료 받는 재미가 더 쏠쏠하니 누군들 포기하고 싶겠는가.

그러니 나처럼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여행자는 좀 더 작은 단위의 동전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거스름돈으로 동전이 들어오면 지폐보다 더 애지중지하기 마련이다. 쿠바에서 1CUC는 제법 큰돈이라 그 아래로 50, 25, 10, 5 센타보(Centavo) 등의 동전이 있다. 앞에 밝힌 대로 화장실 입장료는 '내 마음대로'이기 때문에 5센타보를 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다. 화장실마다 철저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해도, 뚫고 들어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그 허점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물론 가능하면 원칙대로 돈을 내는 게 좋다.

첫째, 그냥 밀고 들어가는 방법이다. 짐작하건대 '화장실 징수'는 법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쿠바는 아직 엄격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이 '관광객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다. 민박업이라고 할 수 있는 까사 빠르띠꿀라를 철저한 허가제로 실시하는 게 그 증거다. 그러니 아직은 화장실 징세가 공식화되지 않은 게 틀림없다. 안면몰수하고 그냥 들어가도 따지거나 쫓아오는 경우는 없다.

둘째, 돈 많은 서양인이 들어갈 때 친구인 척 함께 들어가는 방법이다. 1CUC로 여러 사람이 입장해도 특별히 뭐라고 하지 않는다. 뭐라고 하면 못 들은 척 하면 된다. 이런 땐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는 게 결정적 팁이다. 만약 여러 사람이 여행을 갔다면, 이 방법을 응용해서 화장실을 갈 때마다 동료와 함께 가면 된다. 맨 앞 사람이 유난히 큰 소리가 나도록 동전을 떨어트리고 엄지손가락을 뒤로 향한다. 물론 두 번째 들어가는 사람은 손가락을 세 번째 사람에게 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불을 가리지 말고 CUC를 CUP(페소 쿠바노, 주로 내국인이 사용하는 쿠바 화폐 단위로 MN으로 표기하기도 함)로 환전하는 것이다. 쿠바에서 CUC는 외국인 전용화폐고 모네다라고 부르는 MN은 내국인 전용화폐다. MN은 CUC의 1/24정도 가치밖에 안 되기 때문에 CUC를 동전으로 바꾸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심지어 호기롭게 지폐를 내고 들어가도 CUC를 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이 방법의 단점은 외국인이 내국인 화폐를 환전할 방법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이상은 실제로 여행자들이 쓰는 방법이지만, 특별히 권하고 싶지는 않다. 서로 좋은 건 잔돈을 많이 바꿔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착실하게 납세를 하는 것이다. 그들도 먹고 살겠다고 별로 유쾌하지 않은 화장실 앞에 앉아있는데, 너무 공짜를 좋아하는 것도 안 좋다. 다만, 여행을 떠날 때 작은 정보라도 챙겨서 가면 덜 당황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이호준의 길 위의 편지]쿠바에서 공중화장실 사용하기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6월 10일 (10:18)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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