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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집 사주겠다'며 정유라 부탁했다"

[the L] [비선실록(秘線實錄)-승마지원 ⑤] "朴이 '특별한 관심 보이고 싶었다'며 악수 청해"…삼성이 승마지원 중단하기까지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입력 : 2018.06.13 04:00|조회 : 155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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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은 뭘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과연 다일까? 수많은 진실들이 검찰과 특검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기록 속에 아직 숨어있다. 그 무수한 비밀을 품은 수사기록을 머니투데이 법률미디어 '더엘'(the L)이 단독 입수했다. "그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해답을 방대한 자료 더미 속에서 하나 하나 건져올려 차례로 연재한다. '비선실세'에 대한 '수사기록'을 재구성한 '비선실록'(秘線實錄)이다.
"최순실이 '집 사주겠다'며 정유라 부탁했다"

2016년 5월27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한-에티오피아 비즈니스 포럼'.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아프리카 순방을 맞아 열린 행사였다. 당시 대한승마협회장이었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65)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59)의 안내를 받아 헤드 테이블 옆에 섰다.

행사장에 들어선 박 전 대통령이 박 전 사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는 게 박 전 사장의 진술이다. 그는 이날 포럼에서 대통령과 함께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

◇"朴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며 악수 청했다"

다음은 박 전 사장이 2016년 12월18일 박영수 특검팀에서 한 진술이다.

"2016년 5월말 대통령이 에티오피아, 케냐 등을 순방한 적이 있는데 제가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다 보니 삼성그룹을 대표해 수행을 하게 됐다. 그 때 에티오피아에 도착해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있는데 안 전 수석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내일 비즈니스 포럼에 대통령이 참석을 하는데 자기가 지정한 자리에 서 있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인지 몰라 다음날 포럼에 참석해 안 전 수석이 지정해 준 자리에 서 있었는데 대통령이 포럼에 들어오면서 동선이 흐트러져 제가 있는 자리를 통하지 않고 다른 곳을 통해 헤드 테이블로 가자 안 전 수석이 저를 데리고 대통령이 앉을 헤드 테이블 옆에 세웠고, 나중에 대통령이 헤드 테이블에 도착하자 저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저는 영문을 몰랐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격려해 줘 영광스러운 마음에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고 답례를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의전수석(의전비서관)이 지정한 자리에 앉았는데 그 자리가 대통령이 앉는 헤드 테이블 중 한 자리였다. 원래 대통령 순방 때 헤드 테이블에 기업인들을 앉히지 않는데 그날만 제가 그 자리에 앉게 돼 영광이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다."

박 전 사장은 2017년 8월1일 자신을 비롯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1심 재판의 피고인신문에서 "최순실씨(62)가 저에 대해 좋게 말해줘서 제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격려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다"며 "실제로 얼마 후 인천 하얏트 호텔에서 최씨를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저에게 '악수는 잘 하셨냐'고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예상대로 최씨가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해서 저하고 악수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진술이 사실이라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어떤 관계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21일 검찰에서 "최씨로부터 그런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악수는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제가 특별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이재용 "어련히 잘 알아서 할 것으로 생각해 신경 안 썼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정유라씨(22)에 대한 삼성의 승마훈련 지원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을까? 다음은 2017년 1월12일 특검에서 검사와 이 부회장이 나눈 문답이다.

검사: "피의자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67) 등으로부터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비용 지원 금액, 최순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을 통해 정유라를 지원한다는 내용, 정유라의 마필 구입 대금을 대납해준다는 내용을 보고받았나."
이 부회장: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중략)
검사: "승마훈련 관련 지원 문제는 대통령이 2014년 9월15일 피의자에게 직접 요구한 내용이고 2015년 7월25일 또 다시 '눈에서 레이저를 쏘듯이' 피의자를 질책하면서 요구한 문제인데, 2015년 8월3일 정유라에 대한 지원 방식과 규모가 결정됐음에도 피의자가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 부회장: "믿고 맡겼다. 아 그리고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2015년 가을쯤 갑자기 승마 지원 문제가 어떻게 돌아 가는지 생각이 나서 최 전 실장에게 진행 상황을 물어 봤더니 최 전 실장이 '잘 돼가고 있으니 나한테 맡겨라. 문제가 있으면 이야기를 하겠다'라고 하길래 어련히 잘 알아서 할 것으로 생각해 신경쓰지 않았다."
(중략)
검사: "대통령이 (악수를 하며) 이례적으로 격려를 했다면 박 전 사장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흡족해 하더라며 피의자에게 보고를 했을 것 같은데 정말 피의자는 몰랐나."
이 부회장: "몰랐다."

최 전 실장도 승마지원 문제는 박 전 사장 등에게 위임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실장이 2017년 1월9일 특검에서 한 진술을 보자.
"제가 2015년 8월3일(황 전 전무가 독일에서 최씨의 일을 돕던 박원오씨를 만나고 돌아왔을 때)에 생각한 바로는 정유라 1인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6명에 대해 지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사정 변경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위임해준 범위 내에서 박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66)가 구체적인 집행을 한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64)도 2016년 12월20일 특검에서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가 최씨 측과 협의해 그 쪽에 요구하는 방식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금전 지원 등 구체적인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저는 가끔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로부터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최 전 실장에게 간간히 상황을 보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또 "최씨가 저희를 농락한 면도 있다는 점을 참작해 줬으면 좋겠다"며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씨가 요구하는대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럼 최씨의 주장은 뭘까? 그는 2017년 2월9일 특검에 출석했지만 모든 진술을 거부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20일 이 부회장 등의 2심 재판에선 증인으로 출석해 박원오씨(68)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박원오가 이미 계획한 것"이라며 "저를 끼워 넣은 것이다. 나중에 이용당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이 '집 사주겠다'며 정유라 부탁했다"

◇박원오는 왜 최순실을 도왔나?

그렇다면 박씨는 어떻게 최씨와 엮이게 됐을까? 승마 선수 출신인 그는 1996년부터 2008년까지 대한승마협회 전무이사를 지냈다. 승마협회에서 일을 하면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2016년 11월4일 검찰에서 최씨를 처음 만난 상황에 대해 "2005년 서울 뚝섬에 있는 서울승마협회에서 '서울승마훈련원' 원장으로 근무했을 때 최씨와 당시 그의 남편 정윤회씨, 정유라가 회원으로 가입을 하면서 정유라가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정유라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 쯤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후 2013년 경기 안성시 일죽면 소재 금안회라는 승마장에서 최씨를 우연히 만났고, 최씨가 정씨를 지도할 코치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친분을 쌓게 됐다고 한다. 이 때부터 박씨는 정씨가 참가하는 대회에 모두 참석하는 등 인연을 이어 왔다. 박씨는 정씨가 임신을 했던 2015년초 정씨를 제주도로 데려가 돌봐주기도 한다.

박씨는 최씨의 일을 도운 이유에 대해 검찰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최씨가 저에게 정씨를 부탁하면서 정씨가 아기를 낳으면 서울 근교에 제 이름으로 집을 한 채 사줄테니 제가 1층에 살고, 정씨가 2층에 살면서 정씨를 계속 보호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저는 사실 당시 머물 숙소도 변변치 않아서 집을 사 준다는 최씨의 말에 너무 마음이 들떠서 집을 보러 다니기까지 했고, 제주도까지 가게 된 것이다."

박씨는 정씨가 2015년 6월 독일로 떠날 때도 함께 했다. 그는 "최씨가 정씨를 한국에 놔두면 자기가 창피해서 못 살겠다고 하면서 독일로 보내자고 했다"며 "최씨는 저에게 식구도 데려가서 살고 나중에 승마장도 하나 구입해서 말 사업도 해보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이후 독일에서 정씨의 승마훈련을 돕는다. 그러다 최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관계가 틀어지면서 2015년 12월2일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2017년 1월8일 특검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살시도 문제가 터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과 체결한 계약 내용에 따라 선수 선발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최씨에게 권유했더니 '당신은 당신 일이나 하세요'라고 하면서 인간적으로 모욕하는 말을 했다"며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이런 사람을 위해 힘들게 독일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짐을 챙겨 완전히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승마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승마협회 공금 8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한승마협회 전무이사에서 해임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승마협회내 주류파를 이끌었다고 한다. 2013년에는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58·현 2차관)이 박씨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올렸다가 박 전 대통령에게서 '참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바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비선실세' 최순실씨

◇박근혜 "내가 최순실에 전화해 귀국하라고 했다"

2016년 여름, 모든 게 달라졌다. 그해 7월26일 미르재단이 대기업에서 486억원을 끌어모으는 데 안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K스포츠재단의 설립·운영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국정농단'의 비밀이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씨의 이름도 언론에서 거명되기 시작했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던 최씨는 그해 9월 독일에서 도피생활에 들어갔다. 같은 해 9월23일 최씨 딸의 독일 승마훈련을 삼성이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처음으로 나왔다.

사실 삼성은 국정농단 보도가 시작된 그해 7월을 마지막으로 최씨에 대한 지원을 이미 끊은 터였다. 삼성은 그해 8월 마필을 매각하고 최씨와 지원 종료 협의를 시작했으며 최씨의 거듭되는 요청에도 지원을 재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언론 보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박 전 사장은 9월27일 독일로 출국해 최씨를 만나 이 문제를 상의했고, 10월16일 최씨에게 승마 지원 중단을 통보한다.

그해 10월24일 JTBC의 태블릿PC 보도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튿날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일부 연설이나 홍보에서 최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박 전 사장은 2017년 1월12일 특검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그 무렵 국내에서 최순실에 대한 비선실세 논란이 점점 더 증폭돼 더 이상 삼성에서 정유라에게 지원을 하기가 부담스러워 지원을 하지 못하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2016년 10월16일 독일에 가서 최씨에게 승마 지원 중단을 통보했고, 10월28일 독일에 가서는 말 중개인 안드레아스로부터 비타나 등 말 판매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협의를 했다. (중략) 제가 중단 결정을 내렸고, 사후에 장 전 사장에게 보고했다. 언론에 의혹 보도가 더 커지고 대통령이 1차 사과 담화를 한 상황에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이 와중에도 최씨는 계속해서 삼성의 지원을 요구하고, 말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박 전 사장은 진술했다. 그는 특검에서 "당시 최씨는 독일 함부르크에 비타나의 대체 말로 좋은 말이 있다며 은근히 삼성에서 추가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당시 국내에 비선실세 의혹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때라 저희는 더 이상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박 전 사장은 "최씨는 '삼성에서 돈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비덱스포츠(코어스포츠) 직원들을 통제할 수 없고 그러면 직원들이 밖에 나가서 어떤 말을 할지 통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럼 자기나 삼성이 같이 죽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없이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어디까지 보고를 받았을까?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12일 특검에서 "2016년 8월말쯤 정유라 지원 중단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이고 그 이후에 추가로 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고 진술했다. 최 전 실장도 법정에서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박 전 사장이나 장 전 사장 등은 자신들은 이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6년 10월30일, 최씨가 독일에서 귀국해 다음날 검찰에 소환됐다. 최씨는 그해 11월4일 구속돼 이후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최씨에게 귀국을 종용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10일 서울구치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최씨가 도피 중이던 2016년 9월3일부터 귀국한 10월30일까지 2개월간 총 127회의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어떤 내용과 이유이며, 최씨에게 귀국을 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저는 최씨와 그렇게 많이 통화하지 않았다"며 "다만 최씨가 독일에 체류하고 있을 당시 제가 최씨에게 전화해 한국으로 귀국해 진상을 밝히라고 권유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최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다음은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4일 서울구치소 조사에서 검찰에 한 진술이다.

"제 자신이 참담하다. 저는 이 사건이 보도되기 전에 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케이 등이 최씨와 관련돼 있다는 회사인지 몰랐다. (중략) 최씨가 이 같은 회사들을 만든 줄도 몰랐고, 비덱(코어스포츠)이라는 회사를 독일에서 만들고 이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돈을 지원받은 사실을 몰랐으며 삼성으로부터 최씨가 말을 지원받은 사실도 몰랐다. (중략) 최씨가 왜 저를 이렇게 속였는지 모르겠다. 제가 속은 것이 잘못이다." 삼성의 승마지원을 포함한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각각 징역 24년과 20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중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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