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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건강한 삶을 위한 쌀밥 한 그릇

기고 머니투데이 라승용 농촌진흥청 청장 |입력 : 2018.06.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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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건강한 삶을 위한 쌀밥 한 그릇
얼마 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시험 논에서 열린 풍년농사 기원 모내기 체험 행사에 반가운 손님들이 초대되었다. 청 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치원생들이 어엿한 꼬마농부 자격으로 참가해 온 종일 모를 심고 못밥을 나누며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사리 손으로 정성껏 모를 심는 아이들의 어설픈 손놀림을 옆에서 도우며 오늘의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생명과 농업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품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풍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알곡이 꽉꽉 들어차 무거운 고개를 숙인 채 바람에 일렁대는 황금들녘이 아른거린다. 그리고 밥상 위에 갓 지어 올라온 윤기 자르르한 수북한 쌀밥이 떠오른다. 필자가 어릴 때는 매끼 꾹꾹 눌러 담은 고봉밥이 최고의 성찬이었다. 간혹 이웃이나 친척집을 방문했을 때 고봉밥과 함께 차려진 한 상을 받으면 별 반찬이 없어도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런 기억을 가진 필자에게 최근 종이컵과 같은 용량인 190㎖의 반공기용 밥그릇이 나왔다는 사실은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1970년대만 해도 평균 560㎖였던 밥공기의 크기가 2010년대는 절반 이하(250㎖)로 급격히 작아졌다가 이제는 종이컵 수준으로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러한 변천사에서도 알 수 있듯 대한민국의 식생활 문화는 사회·경제 발전에 따라 많이 변화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체 식품 섭취량에서 차지하는 동물성 식품 비율이다. 1969년 3%에 불과했던 것이 2012년에는 약 7배인 20.6%로 증가했다. 밥 대신 밀가루로 만든 면과 빵 등의 섭취 비율과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료와 주류의 소비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비단 식습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만은 아닌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탄수화물이 비만의 적이며, 탄수화물로 구성된 쌀이 비만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규칙한 식사와 신체 활동량 부족 등이 성인병 및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대부분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쌀밥이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미약하다. 오히려 통계적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의 비만도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낮으며, 아시아의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이 쌀밥을 주식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은 임상실험을 통해 쌀밥이 빵에 비해 소화흡수가 느리고 급격한 혈당 감소를 방지해 과식을 막고 비만과 당뇨병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당뇨전단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쌀밥 섭취 시 체중과 허리둘레가 감소하고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함량이 감소됨을 확인했다. 표준 체중과 칼로리에 맞춰 섭취한 균형 잡힌 쌀밥 식단이 체중 및 체지방을 낮추고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구명한 것이다.

쌀은 우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30~40%를 얻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미네랄 등 10여 가지의 영양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비만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쌀의 탄수화물은 다당류로 구성돼 소화 흡수가 느리고 완만한 혈당의 상승과 인슐린의 정상적인 분비를 유도한다. 또한 쌀은 장기간 섭취해도 부작용이 없는 식품이다. 쌀에는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칼로리가 높고 단순히 입만 즐겁게 하고 간편한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과거에 비해 양적으로 풍요로운 식탁을 받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을 갖춘 질적 풍요일 것이다. 오늘 저녁,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해 줄 따뜻한 쌀밥과 함께 올해 농업이 무탈하고 풍요롭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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