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서 아시아·아프리카까지… 번지는 신흥국 위기 왜?

신흥국 경제위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자금이 대거 빠지는 상황에서 무역전쟁까지 벌어지자, 그동안 넘치는 유동성에 기대온 신흥국 경제가 취약한 민낯을 드러냈다. 이들 나라는 정치적으로도 불안해 당분간 위기설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남미에서 아시아 거쳐 아프리카까지…신흥국 줄줄이 비상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신흥시장에서는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에서 통화위기가 시작된 이후 터키와 브라질에 이어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까지 위험신호가 들어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랜드화 가치는 지난 7일(현지시간)과 8일 2% 넘게 급락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남아공 랜드화는 지난 2월 부패 혐의로 낙마한 제이컵 주마에 이어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가치가 7%가량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반전돼 11% 넘게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역전쟁부터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까지 모든 것으로부터 충격을 받고 있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중 취약한 나라를 차례대로 하나씩 고르고 있다"면서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터키, 브라질이 꼽혔으며 이제 남아공까지 휘청거리고 있다"고 했다.

【라말베(캐나다 퀘벡주)=AP/뉴시스】주요 7개국(G7) 정상과 관료들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발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하단)과 다른 정상들과의 불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018.6.1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국·유럽 긴축 움직임에 무역전쟁까지…악재 산적

신흥국 위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유럽과 미국의 긴축 움직임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2~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재 1.50~1.75%인 연방기금 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중단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신흥국도 급히 대응에 나섰다. 터키는 물론 인도네시아, 인도, 아르헨티나 등이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줄줄이 인상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5일과 7일 외환 스와프 입찰을 통해 27억5000만달러(약 2조9600억원) 규모의 달러화를 시장에 풀었지만 헤알화는 여전히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SBI증권의 소마 츠토무 채권담당 연구원은 "단기 외채와 경상수지 적자가 큰 나라들이 (무역전쟁과 주요국 긴축으로)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취약한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 미국 자산 투자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전쟁도 신흥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캐나다,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을 성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국 자산운용사 워싱턴크로싱어드바이저의 채드 모건랜더 투자전략가는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 시장의 상황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무역 갈등 심화와 중국의 부채 축소로 인한 경기 위축,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