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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비 입은 관객이 ‘가왕’에게 미안해했다

[리뷰]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 상반기 마지막 투어 ‘의정부 공연’…관객 우비 챙길 때, 그는 비를 맞았다

m-뮤직Q 머니투데이 의정부(경기)=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8.06.10 15:23|조회 : 7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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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이 9일 상반기 마지막 투어인 '데뷔 50주년 기념-의정부' 공연에서 천막을 치지 않고 90분간 비를 맞으며 열창하고 있다. 사진은 '무빙 라이저'를 타고 80m 앞으로 나아가면서 노래하는 모습. /의정부=김고금평 기자
'가왕' 조용필이 9일 상반기 마지막 투어인 '데뷔 50주년 기념-의정부' 공연에서 천막을 치지 않고 90분간 비를 맞으며 열창하고 있다. 사진은 '무빙 라이저'를 타고 80m 앞으로 나아가면서 노래하는 모습. /의정부=김고금평 기자

오후 6시 50분부터 7시 20분까지 메이크업이 진행됐다. 흰색 바지와 분홍색 조끼를 예쁘게 걸쳐 입고 무대에 오를 때, 공연 시간은 오후 7시 45분을 향해있었다. 예정 시간보다 15분 늦은 셈이다.

하필이면 그 시간, 한 치의 오차 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데뷔 50주년 콘서트의 첫 시작인 서울 잠실종합경기장의 악연이 9일 의정부 무대에서 고스란히 재연됐다.

이날 상반기 마지막 투어인 데뷔 50주년 공연 ‘땡스 투 유’(Thanks to you)가 열린 의정부종합운동장에서 조용필은 3곡을 마친 뒤 “또 비가 내리네요”하며 웃었다. 밴드 합주로 부른 노래까지 조용필은 연달아 달린 뒤 어쿠스틱 분위기로 이어진 메들리 시간이 오자, 이렇게 말했다.

“비가 서울 공연 때만큼 안 오는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비라고 할 수 없지 않나요? 하하. 제 자리 천막은 치워주세요.”

하지만 그의 말처럼 빗줄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모든 연주자가 천막의 보호 아래 마지노선을 걷고 있을 때, 조용필은 비를 온몸으로 맞았다. 악기 중 가장 중요한 악기인 목소리가 비에 완전히 노출되고 멋있는 모습으로 치장한 메이크업과 새 옷이 빗물로 망가졌는데도 ‘가왕’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한두 곡 정도 부르고 천막 아래로 갈 것이라는, 소위 수많은 톱스타가 그간 보여 온 각인된 행보에 익숙한 이들의 예상을 조용필은 철저히 깼다.

조용필은 관객과 1mm라도 더 가까워지기 위해 펜스가 둘러싸인 곳까지 비를 맞으며 다가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도하는~'으로 시작하는 '비련'을 열창했다. /의정부=김고금평 기자<br />
조용필은 관객과 1mm라도 더 가까워지기 위해 펜스가 둘러싸인 곳까지 비를 맞으며 다가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도하는~'으로 시작하는 '비련'을 열창했다. /의정부=김고금평 기자

조용필은 어쿠스틱 무대부터 비가 그칠 때까지 1시간 30분가량 젖은 마이크와 축축한 옷으로 무대를 버텨야 했다. 그는 빗줄기가 가리는 안경 너머 시야나 물기로 마이크에 생길 음향 사고 같은 위험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했다. 빗물 범벅에도 가왕은 오로지 하나, 마이크 음향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덕분에 주변 스태프는 초긴장 상태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했다. 사고 위험에 노출된 각본에 없는 톱스타의 행보에 스태프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가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무빙 라이저’를 타고 80m 이상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조용필은 하늘에서 직각으로 내리꽂는 비를 맞으며 열창했다. “비도 내 무대의 한 장식”이라고 은연중 외치는 듯했다. 때론 기타와 베이스 연주자가 홀로 비 맞는 가왕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천막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2층 무대 바로 앞까지 온 조용필은 무빙 라이저에서 멈추지 않고 그라운드로 걸어 내려왔다. “더 가고 싶은데 여기 펜스를 막았네요.” 아쉬운 듯 발걸음을 멈춘 가왕은 그 자리에서 “기도하는…”하며 ‘비련’을 불렀다. 관객 2만 명은 너나 할 것없이 “꺄악~”하며 울부짖듯 소리쳤다.

이 짧은 순간은 조용필의 지난 50년 공연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명장면으로 손꼽힐 만했다. 그건 육체적 노화로 드러낼 법한 핑계 한 조각도 불식시키는 뮤지션의 올곧은 태도를 증명하는 순간이었고, ‘관객보다 더 중요한 대상은 없다’고 몸소 보여주는 뮤지션에 대한 관객의 화답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뮤지션과 관객의 공명이 정점에 이른 순간처럼 여겨졌다.

조용필은 손바닥으로 빗물에 젖은 뺨을 훔치면서도 관객이 혹시 걱정할까, 또는 안쓰러워할까 되레 더 큰 웃음으로 관객을 안도시켰다.

조용필이 '무빙 라이저' 위에서 비를 맞은 채 '단발머리' 등 4곡을 불렀다. /의정부=김고금평 기자<br />
조용필이 '무빙 라이저' 위에서 비를 맞은 채 '단발머리' 등 4곡을 불렀다. /의정부=김고금평 기자

공연이 시작될 무렵, 내린 비 때문에 경기장 한쪽 구석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우비가 보관된 구역에서 관객들이 순식간에 몰려와 우비를 달라고 아우성쳤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이 “자리에 계시면 나눠드리겠다”고 했는데도, 일부 관객이 사재기에 나선 소비자처럼 달려들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우비가 관객 전원에게 배달된 시점에 조용필은 비를 손수 맞았다.

우비로 비를 피한 관객, 우비를 착용하고도 축축하다며 불평을 터뜨리는 관객, 날씨 탓하며 “2층으로 갈걸”하고 후회하는 주변 관객 모두 일순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작은 소리들이 곳곳에서 배어나왔다. “우리도 우비 벗을까?” “괜히 미안해지네” “용필이 형 말대로, 이건 비도 아이다.” 작은 불평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관객은 거세지는 빗줄기만큼 더 큰 응원과 함성으로 뮤지션과 하나가 됐다.

고 신영복 교수는 “진정한 친구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조용필은 관객이라는 친구를 위해, 더 큰 합창으로 빗소리를 잊은 자신의 응원자들과 함께 기꺼이 비를 맞았다. 위대한 뮤지션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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