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물가·수출…'경제 복병'으로 부상

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93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10.11원으로 7주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전국에서 휘발유가 가장 비싼 곳은 서울로 전국 평균보다 80원 높은 1696.78원을 기록하고 있다. 2018.6.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도체·석유화학을 제외한 제조업 생산과 고용, 분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불안한 가운데 물가와 수출도 경제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국제유가 강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완화하고, 수출 증가세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1일 고형권 기재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국제원자재 가격 동향 및 전망을 논의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73.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가격(53.2달러)보다 20달러 이상 올랐다.

미국이 지난 5월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서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3월 내린 석유 감산 결정과 함께 국제유가 상승에 불을 붙였다.

이에 따라 이달 첫째 주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609.7원으로 지난해 평균가격 대비 118.4원 뛰었다. 지난달 석유류가 소비자물가에 끼친 기여도는 0.27%포인트로 전달(0.17%포인트)보다 확대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물가는 0.1%포인트 상승한다고 보고 있다.


항공·해운·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기업들도 영향을 받는다. 연료비·원료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줄 수 있다. LG화학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3% 줄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원유가격이 10% 오르면 산업 생산비용은 최대 0.57%까지 상승한다. 생산비 증가는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알뜰주유소 활성화, 가격정보 공개 확대 등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알뜰주유소는 기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달 첫째 주 알뜰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585.3원으로 평균 대비 24.4원 낮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이 아직 물가나 무역 수지에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지만 관심 있게 보는 변수 중 하나"라며 "국제유가가 오르면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 상승세를 제약하는 효과도 있고 가격 전망도 기관마다 달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김선민 산업부 무역정책관 주재로 주요업종 수출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부는 최근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이 이달 증가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수출은 지난 4월(-1.5%) 18개월 만에 감소한 뒤 지난달 반등했다.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6월 조업일수(21.5일)가 지방선거로 인해 전년보다 1.5일 적고 지난해 6월 대규모 선박 수출(73억7000만달러)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플러스가 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보호무역주의 심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도 수출에 불리하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이달 한시적으로 무역보험 지원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신남방·신북방 및 고위험 신흥국에 진출한 수출기업은 수출대금 미회수로 인한 단기수출보험 보상 한도가 20% 증액된다. 새로운 수입자와 계약을 맺으면 보상 한도는 최대 2배까지 늘어난다. 신흥시장 진출 기업이 중소·중견기업인 경우 보험료 할인율은 기존 30%에서 추가로 10%를 더 적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