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픽쳐, 수지·정부에 1억원대 소송…법조계는 '글쎄'

가수 수지가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54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원스픽처 스튜디오 측이 배우 수지와 대한민국 정부 등을 상대로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지와 정부의 법적 책임을 밝히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1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합정동 원스픽쳐 스튜디오 운영자 이모씨는 지난 4일 배우 수지와 정부(법적 대리인인 박상기 법무부장관), 청와대 청원글 게시자 2명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원스픽쳐 스튜디오 측은 수지에 대해 “과정이 의도적이지는 않았으나 피해 확산의 한 축을 담당했기 때문"이라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박 장관에 대해서는 "잘못된 내용이 접수된 상태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가 지속, 확산됐다"고 책임을 물었다.

원스픽쳐 스튜디오는 유튜버 양예원 씨가 비공개 촬영회를 한 스튜디오로 알려지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양씨의 사건과 무관한 이씨가 운영하는 원스픽쳐 스튜디오가 누명을 쓴 것은 한 시민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린 '합정 원스픽쳐 불법 누드촬영'이라는 게시물이 발단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비공개 촬영회 스튜디오를 고발하는 글. 현재는 스튜디오 이름이 가명 처리돼있다. /사진=청와대

양씨의 폭로가 주목을 받으면서 해당 청원글도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수지가 해당 청원에 동의한 뒤 인증하면서 청원 참가자 수는 급격히 늘어 11일 현재 20만911명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원스픽쳐 스튜디오는 해당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월 스튜디오를 인수한 이씨는 2015년에 발생한 비공개 촬영회와는 무관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이씨는 몰려드는 항의로 인해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청원글의 제목은 '합정 **** 불법 누드촬영'으로 수정됐다.

법조계에선 수지와 박 장관, 청원글 게시자의 법적 책임이 각기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한규 변호사는 "진의 여부를 가리지 않고 상호를 게시한 글을 올린 게시자들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고의성이 없는 과실로 보여 참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원에 참가한 뒤 '인증글'을 올린 수지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청원글에 참여한 뒤 인증했다는 것 만으로 법적 책임을 묻긴 힘들어 보인다"고 전했다. 청원 게시자와는 책임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A씨는 "사안의 특성상 위법성이 인정된다 해도 스튜디오 측의 손해액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신적 손해배상은 인정될 수도 있으나 소액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손해배상 청구 대상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포함된 데 대해선 상당수 법조인들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변호사는 "청원글 게시자도 아닌 정부가 소송대상이라고 한 것은 다소 황당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