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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통계청장의 침묵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8.06.1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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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통계청은 존재이유를 부정당했다. ‘김동연 패싱’이 부각되면서 ‘통계청 패싱’이 가려졌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소득부문)는 하위 20%의 가계소득이 조사 후 가장 크게 줄고 상위 20%의 소득이 가장 크게 늘었다는 ‘사실’을 담았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배치되지만 ‘국가통계 발전을 선도하며, 신뢰받는 통계생산으로, 각 경제주체에 유용한 통계정보 제공’이라는 통계청의 미션을 따른 수치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언급한 뒤 통계청이 내놓은 ‘사실’은 더이상 청와대(보다 구체적으로는 정책실)에 의미 있는 통계가 아니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의 근거를 통계청 자료라고 했지만 통계청엔 그런 통계가 없었다. 이에 청와대는 “비공개 통계자료”라고 말을 바꿨다.

지극히 청와대 입장에서 나온 이 해명은 통계청엔 위험한 일이었다. ‘각 경제주체에 유용한 통계정보 제공’이라는 통계청의 미션을 저버리고 권력에 필요한 맞춤형 통계치를 만들어줬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것은 국가통계원칙의 ‘중립’ 항목을 위반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공개된 ‘비공개 통계자료’의 실체는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이 청와대의 의뢰로 통계청의 원자료를 분석한 것이었다. 홍장표 경제수석은 “가구별 근로소득이 아니라 개인별 근로소득을 분석하면 ‘90%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통계청 관점에서 보면 통계청의 ‘결과’가 미덥지 못해 다른 국책연구원에 맡겼다는 점에서 모욕이었고 ‘신뢰받는 통계생산’이라는 통계청의 미션에 대한 타격이기도 했다.

통계청은 설명자료를 내 “추가적인 분석은 해당 국책연구기관에서 수행해 통계청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연하게도 통계청이 생산한 통계를 부인하는 일에 통계청이 참여할 수는 없었을 터다.

통계청은 “통계청이 제공한 마이크로데이터는 ‘가구단위’ 자료고 통계청은 근로소득은 표본의 대표성을 고려해 가구 단위로만 통계를 작성, 공표한다”고 했다. 또 “이번 연구결과의 경우 해당 연구기관에서 분석 필요에 맞춰 개인자료로 재구성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는 곧 가구단위로 된 원자료를 ‘필요에 맞춰’ 개인자료로 재구성한 것은 표본의 대표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가구단위로만 통계를 작성하는 방법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황수경 통계청장은 침묵했다. 황 청장은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다. 숫자의 엄밀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다. 무엇보다 ‘통계청 수장’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직접 말해야 했다. 한때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이었고 이번 정부가 임명한 통계청장이라는 점에서 정무적 판단을 했을 수 있지만 그는 현직 통계청장이다.

[광화문]통계청장의 침묵
이미 소개했듯이 통계청은 훌륭한 국가통계 기본원칙을 갖고 있다. 그 원칙에 따르면 ‘국가통계는 통계법의 대상이 되는 통계로서 사회·경제적 변화를 진단하고 과학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공공재’다. 청와대 정책실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진단하고 과학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통계법의 대상이 되는 통계를 경시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국가통계는 모든 이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가통계의 기본원칙도 되새겨야 한다.

황 청장이 별도 유감표시를 하지 않아도 이런 원칙을 강조하며 “정확한 통계는 국가의 경쟁력입니다”라는 통계청의 슬로건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중립’을 지키면서 동시에 ‘통계청 패싱’을 야기한 이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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