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질수록 다 알고픈 마음…北風 거센 콘텐츠시장

베일에 싸였던 북한이 국제무대로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으면서 북한 관련 콘텐츠들도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서점·출판계에서 북한은 비주류 소재에서 올해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최근엔 북한 맛집 정보 서비스까지 나왔다. 옥류관 냉면 외에 락원, 우정 등 제한적이지만 다양한 음식점들이 소개되는 등 북한을 읽고 맛보고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우선 최근 북한을 둘러싼 국제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북한 관련 서적 판매량이 급증했다. 12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북한 관련 도서 판매량이 3만권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5% 증가했다. 지난 5년 동안(2013~2017) 연간 평균 판매량의 2.7배, 최근 3년간 판매량 합계와 비슷한 수치다. 올해 출간된 책도 지난해 동기 대비 16권 더 많다.


4, 5월 진행된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영향이 가장 컸다. 5월 한 달 동안 관련 서적 판매량은 전월 대비 약 19.5배 늘며 상반기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의 적나라한 실상을 고발한 '3층 서기실의 암호'는 지난달 출간 이후 3주 연속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70년의 대화', '선을 넘어 생각한다' 등 올해 출간 도서를 비롯해 '통일을 보는 눈'(2012년 출간), '개성공단 사람들'(2015년) 등 오래 전 출간된 도서들도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풍문고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1일 관련 서적 판매량이 2~5배 늘었다고 밝혔다. 북한 전문가 박한식의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지난달 보다 2배 가까이 많이 팔렸다.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서적도 '역주행' 중이다. 2016년 출간된 트럼프 자서전 '거래의 기술' 판매량은 5배 늘었다. 이 책은 지난해 6월 미국 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 방문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한 책으로도 알려져 화제됐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북한의 생활 디자인을 다룬 영국 도서'Made in North Korea'의 한국어 특별판 제작을 위한 펀딩이 진행중이다./사진=텀블벅 캡처

독자들의 관심은 북한의 정치, 경제 범주를 넘어 실생활을 엿볼 수 있는 소설과 교양서로 확장됐다. 북한 대표 작가 백남룡의 '벗'이 출간 20년 만에 국내에 출판됐다. 이혼 소송을 통해 북한 사회의 연애와 결혼 문제를 다룬 소설로, 북한에선 드라마로도 방영됐고 2011년 프랑스에 출간되기도 했다. 4월엔 국내 첫 탈북문인 단편집 '서기골 로반'이 출간됐고,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북한전래동화'도 나왔다.

북한의 생활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 영국 도서 'Made in North Korea'(2017년)는 한국어 특별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북한의 식료품 라벨, 항공 티켓 등 북한의 생활 디자인 500점을 담은 책으로 현재 특별판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중이다. 펀딩 마감 40여일을 남겨둔 12일 오후 목표금액 275%를 달성했다.

여행지 맛집 정보 서비스 제공 업체 식신이 최근 북한 내 식당 정보 서비스를 새롭게 추가했다./사진=식신 홈페이지 캡처

도서 뿐 아니다. 북한 맛집 정보도 국내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 국내 푸드테크 플랫폼 기업 식신이 최근 앱과 온라인 웹 서비스에 국내 최초로 북한 맛집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신은 트립어드바이저, 씨트립, 구글 등에 공개된 외국인 여행객들의 후기를 바탕으로 평양, 개성, 원산 등 8개 지역 맛집 정보를 수록했다. 가수 등 예술인들의 평양 공연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옥류관’을 비롯해 닭고기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모란’, 유럽 스타일의 카페 겸 베이커리 ‘별무리’ 등 다양한 종류의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관련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나 익스피디어 등에서도 북한 소재 식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북한 입국이 자유로운 외국인들은 트립 어드바이저에 북한 평양과 개성 등의 식당(레스토랑) 몇 곳을 소개하면서 ‘우정’ ‘락원’ ‘옥류관’ ‘모란’ ‘대극장 식당’ ‘거북선’ ‘개성국수집’ 순으로 좋은 평점을 매겼다. 이곳 음식점들의 점수는 5점 만점에 4점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우정’은 불고기나 빈대떡, 전(한국식 피자로 소개) 등의 명소라는 소개가 덧붙여졌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전문가들의 연구 중심으로 나왔다면 최근 들어 서서히 일반인들도 체험할 수 있는 ‘일상 콘텐츠’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가 악화되지 않는 한 지금까지 ‘냉전적 감각’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들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상국가' 북한을 이해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