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6.13 하이라이트'…'스캔들'부터 '이부망천'까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당선 주인공을 결정할 시간이 12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의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이날 자정까지다. 축구 경기로 본다면 90분으로 정해진 경기시간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내일(13일) 경기를 뛴 선수들에게 직접 표를 던지며 결과를 결정한다.


전국 각 지역의 후보자들과 정당 지도부들은 유권자들의 '표심 얻기'에 사활을 걸었다. 출근길 인사부터 심야 현장 방문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열기만큼 경쟁도 거칠었다. 후보자들은 공약·정책을 말하길 약속했지만 과열 경쟁으로 유권자들 눈에는 스캔들, 망언이 더 들어왔다. 오는 13일 경기결과와 함께 만나게 될 '선거 하이라이트' 다섯 장면을 이날 미리 정리했다.

예정됐던 경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돌연 취소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경기 시작 전…출전 두고 '숨바꼭질'한 김경수=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국회의원'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인물이었다. 힘들게 초선배지를 단 그는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 지방선거 경기 출전을 결정했다.

김 후보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출전 전 잠시 흔들렸다. 지난 4월19일엔 경남 진주에서 출마선언을 하기로 예고했다 당일 갑작스럽게 취소를 했다. 김 후보는 약 8시간 동안 언론과 사실상 '숨바꼭질'을 했다.

두문불출하던 그는 같은 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하며 숨바꼭질을 마무리했다. 그는 불출마를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민했지만 선거에 임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김태호 후보 등과 경쟁한 김 후보는 경남 곳곳의 유세를 돌며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민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반 40분…'선수들 요청'으로 잠시 관중석 올라간 홍준표=한국당을 지휘하는 '홍준표 감독'(대표)은 공식선거운동이 한창 무르익을 지난 3일 돌연 "내일부터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광역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지역 인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며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인들 못 하겠느냐"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같은 결정의 배경을 홍 대표가 초반 유세를 나갈 당시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유세를 방해하는 일이 벌어지거나, 일부 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홍 대표와 일정을 함께 하지 않는 모습 등에서 찾았다.

한동안 홍 대표는 관중석에서 선거 관련 강력한 메시지를 쏟아내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 8일부터는 다시 현장유세에 복귀해 지지자들의 한 표를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6·13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청와대 제공)

◇하프타임…문재인 대통령의 '사전투표'=문 대통령은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8일 현역 대통령 최초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이날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서 선거를 위한 한 표를 먼저 행사했다. 정치권 인사 다수도 사전투표 행렬에 동참했다.

유권자들도 사전투표 바람에 호응했다. 지난 8일과 9일 이틀 간 진행된 사전투표 결과 총 864만897명이 참여해 20.14%의 최종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11.49%를 훨씬 웃도는 성과였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KBS 초청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 시작 전 후보 4명이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 김홍우 정의당 후보. /사진=뉴스1

◇후반 20분…김영환, '여배우 스캔들'로 이재명에 깊은 태클=선거가 종반을 향하면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도 거세졌다. 극심하게 맞붙은 쪽은 경기도지사들이었다.

경기도지사 판세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점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부터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여배우 스캔들'을 폭로하며 이 후보를 향해 깊게 태클했다. 배우 김부선씨와 이 후보가 과거에 사적으로 만났다는 의혹이었다. 논란은 공식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어졌다.

양측 공방이 거세졌다. 김씨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살아있는 증인"이라며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저는 굴복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앞으로도 어떤 음모에도 굴하지 않고 여러분(지지자)과 손잡고 굳건히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 간의 '태클'과 '몸싸움'에 대한 판단은 13일 국민들이 직접 내리게 됐다.

정태옥 의원. /사진=뉴스1

◇후반 41분…정태옥, '이부망천' 자살골+자진퇴장=경기 종반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돌발 발언'으로 인한 자살골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한국당의 정태옥 의원이었다. 당 대변인이었던 그는 지난 7일 한 생방송뉴스에 출연해 "서울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곳에서 잘 살다가 이혼을 한 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가고,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이라는 인천 비하로 논란이 됐다.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그는 발언 다음날(8일)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한국당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 의원에 대한 당의 '제명 처리'를 촉구하는 등 선을 그었다. 그래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정 의원은 같은 날 한국당을 자진 탈당하며 경기장을 스스로 떠났다.

◇연장전...선거는 후폭풍을 남긴다=전국 단위 선거를 마치고 나면 모든 정당은 각자의 성적표를 들게 된다. 여기에 맞춰 각 정당은 개편을 시도할 수 있다.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를 마치면 각국이 '팀 리빌딩'을 시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선거에 승리한 쪽은 추진력을 얻어 계획한 정책들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반면 패배한 쪽의 수장들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 이에 그동안 마이크를 쥔 사람들이 바뀔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이를 '정계개편'이라 부른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선거발(發) 거센 후폭풍이 이번에도 예고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