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운동할 시간 없다고?…김대리는 사무실에서 하던데

#직장인 이모씨(27·여)는 군살 없는 몸과 함께 여름 휴가를 만끽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퇴근 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여름은 코 앞에 다가왔는데 이씨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바쁜 업무에 헬스장을 찾는 횟수는 줄고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늘며 다이어트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 이씨는 "앉아만 있다보니 옆구리 살이 줄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씨(33·남)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 잦은 야근과 회식이 일상인 김씨의 얼굴과 뱃살은 푸짐하지만 팔과 다리는 근육이 빠져 마르고 푸석푸석하다. 체형이 망가지다보니 만성피로 등 피로도 더 쌓이고 있다. 김씨는 주말이면 운동을 해보려 생각은 하지만 하루 종일 직장에 있다보니 쉬는 날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며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대 만큼 변하지 않는 몸무게에 울상 짓는 직장인이 많다. 바쁜 업무와 일상에 치이며 사무실 의자와 한 몸이 되다보니 운동할 시간은 없고 군살만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사무실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이 있다. 전문가들은 극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만 건강과 미용을 위해 사무실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호모 체어쿠스' 뱃살 잡고 한숨만=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현대인을 두고 '호모 체어쿠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7 건강통계연보'에 따르면 19세 이상 한국인 중 하루에 8시간 이상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54%에 달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아침에 출근해 퇴근할 때 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업무를 마친다고 활동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2017 건강통계연보'에 따르면 한 주간 하루 30분씩 5일 이상 걷기를 실천한 성인의 비율은 39.1%에 불과하다. 오히려 잦은 야근과 회식에 몸이 무거워지기만 한다. 지난해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86명을 대상으로 '야근 현황'을 조사한 결과 78.9%의 직장인이 일주일 평균 4일 정도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이러다보니 탄력 있는 몸매로 여름 해변가를 거니는 것은 직장인들의 신기루에 불과하다. 운동할 시간이 없이 의자에 붙어 있다보니 다이어트는 커녕 살만 찌기 때문. 오랜 시간 앉아만 있는 직장인들은 비만, 특히 복부 비만에 취약하다. 지난 1월 영국 레스터대학 당뇨센터 조지프 헨슨 박사 연구팀은 오래 앉아 있을수록 내장지방과 복부지방이 크게 증가한다고 학술지 '비만'(Obesity)에 발표했다.

미용의 측면 뿐 아니라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2015년 토론토재활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장시간 앉아있는 사람은 심장병과 암, 당뇨에 걸릴 위험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할 시간 없다고? 사무실에서도 가능해= 이처럼 운동은 미용·건강 두 마리 토끼를 챙기기 위해서는 필수지만 시간 상 헬스장에 가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직장인이 많다. 또 하더라도 어떤 운동을 해야할 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사무실이라고 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예상현 휘트니스클리닉 삼성점 전문 퍼스널트레이너는 "사무실에서 도구를 이용한 간단한 동작으로도 직장인의 고질적인 고민인 처진 뱃살과 약해진 근력을 어느정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 없는 '운알못'(운동 알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어떤 운동을 할 수 있는지 간단히 알아본다.

Q. 입사 후에 얼굴과 배에만 살이 쪄 흡사 '이티'(영화 E.T 의 외계인)같다. 뱃살을 줄이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고 싶은데 어떤 운동을 해야할까?

A. 복부 근육이 약화되면 배가 나오기 쉬운데 의자를 이용한 'V업' 동작으로 처진 복부를 탄력 있게 만들어 복부를 관리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가슴까지 올리는 간단한 동작이다. 무릎의 각도가 변하지 않게 유지하고 허리가 무리가 가지 않게 복부의 긴장을 지속시켜야 한다. 운동 시 세트 당 15~20회씩 3세트를 진행한다.

뱃살을 줄이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어주는 'V업'동작 /사진=이상봉 기자

Q.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엉덩이가 처지고 무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다이어트와 힙업을 할 수 있는 운동이 있을까?

A. 사무실 의자를 이용한 '런지' 동작이 있다. 엉덩이 근육을 단련시켜 힙업에 도움이 되며 오래 앉아 있어 약해진 허벅지 근육도 강화할 수 있다. 의자 앞에 서서 한 쪽 다리를 의자에 올린 채 천천히 앉았다 일어나면 된다. 이 때 무릎이 발 끝을 넘지 않아야 하며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동작을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자세가 익숙하지 않아 의자에 발을 올리기 힘든 경우 맨 바닥에서 실시해도 효과가 있다. 점심 시간이나 근무 중에 세트 당 15~20회씩 총 3세트를 채우면 좋다.

다이어트와 힙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런지'동작 /사진=이상봉 기자

Q. 나도 모르게 찐 허벅지와 옆구리 살 때문에 바지 입기가 힘들어 자괴감이 느껴진다. 여름에 반팔 티셔츠 입기도 민망한데 방법이 있을까?

A. 하체와 옆구리 운동을 필요하다면 '스쿼트 앤 사이드 니업' 동작이 알맞다.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실시할 수 있는 편하고 기본적인 운동이다. 스쿼트 동작 직후 개구리처럼 다리를 옆구리에 붙어 자극을 가한다. 스쿼트 동작에서는 호흡을 참고 다리를 들며 호흡을 짧게 내뱉어야 한다. 또 다리를 들 때 팔꿈치와 무릎 위 허벅지를 만나게 한다는 느낌으로 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 세트 당 10~30회씩 3세트를 진행한다.

허벅지와 옆구리 운동에 좋은 '스쿼트 앤 사이드 니업'동작 /사진=이상봉 기자

이와 함께 등과 팔에 탄력을 주는 '로우 앤 킥백' 동작을 병행하면 좋다. 물병이나 텀블러 등 사무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의자를 잡고 팔을 뒤로 뻗어 자극을 준다. 팔 뒤쪽 근육을 쥐어짜는 느낌으로 운동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세트 당 10~30회 씩 총 3세트를 한다.

이 밖에도 사무실을 오르내릴 때 계단을 이용하고 일정한 시간마다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상현 트레이너는 "사무실에서 짧은 시간 가볍게 하는 운동인 만큼 본격적으로 운동할 때처럼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면서도 "앉아서 일만 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무실에서도 가벼운 운동을 통해 몸에 자극을 주고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어 퇴근 후나 주말 운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