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농업' 넘어 이젠 농업 개방화로 U턴

그래픽 =김현정 기자

1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북한의 농업은 주체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생산을 시행해 왔지만 만성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5년에서 1998년까지 식량부족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죽거나 고통을 받는 ‘고난의 행군’을 감내해야만 했다.
객관적인 조건은 그리 나쁘지 않다. 통계상으로 보면 남북한 경지면적에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북한의 경지면적이 20여만 정보(1정보=3000평) 더 많고 작물재배 면적도 앞선다. 실제 남한은 논 면적이 밭 면적보다 많고, 북한은 밭 면적이 논 면적의 두 배에 가깝다.

주어진 농업환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했는지가 관건이다. 그동안 북한이 지향해 온 주체농법은 김일성 주체사상에 근거해서 북한의 식량자급을 목표로 했다. 단위면적당 수확을 높여 증산을 이루고자 했다.


북한 전역에는 3000여개의 협동농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여기에 속해있는 농민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0% 정도로 추산된다. 모든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를 실시한다. 이는 자기소유의 농지나 빌린 땅에 가지가 선택한 작물을 생산, 자유롭게 판매하는 남한의 영농방법과는 판이하다.

협동농장 경영의 비효율성, 경직성 그리고 주체농법에 따른 무리한 토지의 외연적 확대에 의한 산림파괴, 토지생산성을 높이려는 무리한 농법과 기술 후진성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북한의 식량난을 가중시켰다.

결국 북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개혁과 산림녹화 등을 통해 농업생산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접근이 필요해 보이는 산림녹화와는 별개로 농업개혁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조만간 추진할 수 있는 과제다.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의 경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가의 소유권과 이용권을 분리하고 생산자의 생산물 처분권을 확대할 경우, 생산량을 크게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방농업연구소 관계자는 “남한의 벼농사에서 투입하는 농자재만큼 북한의 논농사에 이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한국의 수량과 대등한 수확을 할 수 있다”며 “결국 개방화를 통해 협동농장의 비효율성과 주체농법의 경직성을 얼마만큼 해소하느냐가 농업 경쟁력 확보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북한농업 지원 및 남북농업 교류협력사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활발하게 시도됐지만 2009년 이후 중단됐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다시 본격화 될 전망이다. 다만 과거에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과 일방적 협력이 중심이 됐다면 앞으로는 남북 상호 이익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마트팜(Smart Farm), 식품가공 수출기지 조성, 온실협력 사업, 유전자원(종자) 보관시설 지원, 양돈협력사업 등 다양한 형태가 거론된다.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소 원장은 “남북농업협력 분야는 과거 진행해 오던 사업들이 있는 만큼 연속성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는 게 바람직 하다”며 “상호 파트너십을 갖고 통일 후 농업까지 조망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