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농업기반 조성 노력 '시즌2' 열린다

-과거 추진했던 협력사업 등 업그레이드 '시즌2' 시작해야
-상호 신뢰바탕으로 한 통일 한반도 농업 청사진 마련 중요

2009년 이후 중단된 정부의 북한농업 지원 및 남북농업 교류협력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다시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 경우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4 정상선언' 등을 거치면서 활발하게 진행됐던 정부와 민간차원의 협력사업을 근간으로 새로운 협력방안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GS&J 북한·동북아연구소 등에 따르면, 북한농업 지원사업은 1995년 식량위기 상황에 직면한 북한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속도를 냈다. 정부,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대북 지원사업은 정부 기조가 바뀐 2009년까지 활발하게 진행됐다.

1990년대 초까지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는 대결구조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1998년 2월 대북 정경분리 원칙을 표방한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 기조가 크게 전환됐다.

1991년 250억원으로 설치된 남북협력기금은 2009년 8월말까지 총 9조4175억원이 조성돼 총 8조4108억원이 집행됐다. 2000년부터 지원된 정부 남북협력기금 예산의 대부분은 긴급구호형태의 식량지원, 비료지원 등의 형태로 사용됐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사업은 식량난 지원, 비료·농기계 등 농자재 지원, 농업기반 조성 지원, 농업관련 산업 지원, 협동농장·양묘장·양돈장 등 농장건설 지원 등으로 진행됐다.


전라남도는 2003년 평남 대동군에 대지 1000평(건평 300평)에 달하는 농기계 수리공장을 짓고, 영농자재·농기계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2004년에도 대돈 농기계 수리공장의 수리장비 및 콤바인 등 부품을 지원하는 사업을 계속했다.

전라북도는 2004년 황해남도 신천군에 농기계 지원 및 농기계 수리공장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콤바인, 경운기, 파종기, 이앙기 등 중소형 농기계를 지원하고 농기계 수리공장 신축에 소요되는 건설자재와 농기계 수리시설, 부품 등을 제공했다.

경기도는 개성시 개풍양묘장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9ha에 달하는 양묘장 조성을 위해 양묘하우스 3300㎡, 5톤 트럭, 경운기, 트랙터, 조상기 등 농기계와 양묘용기, 상토 등 기자재, 잣나무 종자 등 양묘장 조성을 추진했다. 2011년까지 5개년 계획에 따라 150만 그루 규모로 추진했던 이 사업은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돼 중단됐다.

민간단체인 '굿네이버스'는 2006년 북한 남포에 축종별 배합사료를 생산하기 위한 사료공장을 신축했다. 사료공장은 3000평 규모에 연간 5만 톤의 배합사료를 생산하는 시설로 북한 전역의 축산목장에 이를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당시 사료난으로 위기에 몰린 북한 축산업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에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과 일방적 협력이 중심이 됐다면 앞으로 남북 농업협력은 상호적 이익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측면에서의 실질적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경제제재의 완화를 전제로 했을 때 얘기다.

이 경우, 스마트팜(Smart Farm), 식품가공 수출기지 조성, 온실협력 사업, 유전자원(종자) 보관시설 지원, 양돈협력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남북 농업협력사업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GS&J 북한·동북아연구소 권태진 원장은 "남북농업협력 분야는 과거 진행해 오던 사업들이 있는 만큼 연속성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는 게 바람직 하다"며 "상호 파트너쉽을 갖고 통일후 농업까지 조망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