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는 '1당제'…지방의회 '슈퍼 여대야소'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시·도지사 뿐 아니라 대다수 광역의회에서도 민주당이 80~90% 이상을 점유하는 '싹쓸이'가 나타났다. 사실상 '1당제'나 다름 없게 되면서 지자체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만 봐도 의석 110석 중 102석이 민주당이다. 93%에 달하는 의석 점유율이다. 이외에도 인천, 광주, 대전, 세종, 경기, 전북, 전남 등 7곳에서 민주당은 90%가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17개 광역의회 가운데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곳은 15곳에 이른다. 대구·경북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했다.


◇견제·균형 상실 우려 목소리


대다수 지자체에서 '슈퍼 여대야소' 현상이 나타난 것. 이에 지방의회 역할인 행정 권력 감시·견제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의회까지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견제 관계여야 하는 의회와 행정 권력이 오히려 유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284조원(2018년 예산안 기준)에 이르는 지자체 예산 감시가 허술하게 이뤄질 수 있다. 장예찬 정치평론가는 "지역 특성상 중앙정부에 비해 언론과 시민들의 감시가 느슨하다"며 "의회와 행정 권력이 유착해 비리를 저지르거나 예산을 낭비해도 견제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예산 감시 기능이 약화되면서 시민들의 빈축을 사는 선심성·전시성 사업도 속출하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40)는 "지자체에서 수억원을 들여 동상을 세우고, 비싼 청사를 짓는다고 하면 화가 난다"면서도 "낭비를 막을 의회는 같은 당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통과시켜준다"고 비판했다.

견제와 균형을 잃어버린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은 지방분권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도 번진다. 대학생 박모씨(27)는 "지방은 사실상 1당제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지방에 더 많은 권한을 줘도 괜찮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례성 강화'·'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 대안

1당의 지방의회 독점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는 지방의회 선거의 비례성 강화가 거론된다.

이번 서울시의회 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100개 지역구 의석 가운데 97개를 차지한 반면, 비례대표 투표는 민주당이 전체(10석)의 절반인 5석, 자유한국당은 3석, 바른미래당 1석, 정의당 1석을 차지해 고른 분포를 보였다. 비례대표 선거의 상대적으로 고른 지지율 분포는 대다수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소수정당의 지방의회 진출 기회를 열어주는 중대선구제(선거구를 넓게 설정해 득표율 순으로 복수의 당선자를 내는 선거제도) 확대의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혀 이번 선거에서 오히려 축소됐다.

기초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남북관계', '정권심판' 등 지역과 다소 동떨어진 큰 이슈가 아닌 지역 문제 중심의 선거가 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당시 후보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지만 이후 당내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지방선거는 지역이슈가 아닌 정당에 따라 투표하는 '지방 없는 지방선거'라고 할 수 있다"며 "지방의회가 지방에서 제 역할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