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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법행정권 남용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선택

[the L]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변호사

기고 머니투데이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변호사 |입력 : 2018.06.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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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변호사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변호사

법관은 오직 판결로 말한다. 공직자인 판사는 사회 현안에 대해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판결을 통해 답할 뿐이다. 그런데 퇴임한지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이 아니라 자신의 집 근처 놀이터에서, 보좌진조차 없이 기자들 앞에서 긴급 인터뷰를 했다. 대한민국 사법역사상 유래 없는 일이다. 사법부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기간 동안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권에 유리한 재판 결과를 지렛대 삼아 청와대 설득을 시도한 문건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특조단은 "(문건은) 실행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형사)고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후 판결 당사자들이 대법원 대법정을 점거해 "양승태 구속"을 외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의 핵심은 사법권의 독립이다. 헌법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여 법관의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행정부나 입법부 등 외부뿐만 아니라 사법부 내부의 압력도 없이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법권 독립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법부의 존립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인터뷰에서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이나 하급심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거래한 적이 결코 없다고 했다. 더불어 재임 시에 상고법원을 추진하면서, 반대하는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은 특조단이 지난 3개월간 49명에 대한 인적 조사, 760개 파일에 대한 물적 조사 등을 통해 내린 결론과 대부분 일치한다.

특조단이 192쪽에 이르는 방대한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의혹은 행정처가 법관들의 뒷조사를 한 파일이 기조실 컴퓨터 내에 존재하는지 여부였으나, 조사 결과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하여 그들에게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부과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내용의 파일들이 존재하였음은 확인할 수 있었고, 이것이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둘째, 특조위는 조사대상이 된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의 범죄 성립 여부도 검토했다. 그 결과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와 관련한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인터넷 익명게시판 게시글과 관련한 업무방해죄는 성립되기 어려우며, 그 밖의 사항은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이것이 특조위 보고서의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국민 담화를 내고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파문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형사)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의 사과가 마치 재판 거래가 실제 있었다는 메시지로 읽히면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형국이다.

보고서에는 특조위의 냉철한 조사과정과 엄정한 결론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개선을 통해 사법부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으로 나아감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법부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는 등 법원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다.

재판과 관련하여 특정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한 것이나 특정 법관들에 대한 성향 등을 파악하였다는 점만으로도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양 전 대법원장도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을 이른바 사법적폐로 몰아 수사로 끌고 가는 것은 별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월 조사단에 조사의 대상과 범위, 방법 등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면서 의혹에 관한 철저한 조사 등을 지시했다. 또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김 대법원장의 남은 임무는 특조위의 조사결과를 신뢰하고, 제도개선 등 법원 자체적 역량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해 가는 것이다. 외부에 수사를 의뢰하여 문제를 확대시키는 것은 바른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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