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 끝낸 트럼프, 中·EU 등과 무역전쟁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 5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 정상회담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유럽 등과 '무역전쟁'을 본격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미 상무부와 재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 고위 관료들이 백악관에 모여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관세 품목은 USTR이 이르면 15일 발표할 예정이다. 품목은 지난 4월 3일 발표된 예비목록 1333개 제품 중에서 중국의 10대 핵심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되는 첨단기술 제품 등에 집중된 800여 개가 될 전망이다.

정확한 관세 부과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품목은 발표 즉시 부과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도 맞대응에 들어갔다. 중국은 겅솽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면 지금까지 이뤄진 미·중 간 모든 협상 결과의 효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 대표단은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3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미국이 관세 부과 의사를 철회하지 않아 결렬됐다.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측이 대만 및 무역 마찰 등 민감한 문제를 신중히 잘 처리해 미·중 관계가 큰 방해를 받는 걸 방지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미국은 동맹인 유럽, 캐나다, 멕시코와도 무역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이날 AFP통신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소식통을 인용,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에 만장일치로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1일부터 EU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해당 소식통에 따르면 EU는 수일 안에 관세를 집행할 방침이며 다른 관계자들도 내달부터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EU의 보복 관세 대상에는 청바지부터 오토바이, 위스키까지 미국을 상징하는 수출품들이 포함됐다. 소식통은 "EU가 28억 유로(약 3조5418억 원) 규모의 미국산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알렸다"고 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당사자인 캐나다와도 최근 관계가 악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의장국이기도 한 캐나다가 "미국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데 대해 크게 반발했다.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대한 질문에 나오자 목소리를 높이며 "내가 (싱가포르에 가느라) 비행기에 타서 못 봤을 거로 생각해 (트뤼도가)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