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연중 최고치, 1100원선 눈앞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일 급등하며 11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이 통화 긴축을 서두르고 있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결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6원 오른 109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0일(1100.6원) 이후 가장 높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9원 오른 1088.0원에 거래를 시작한 후 상승폭을 키워나갔다. 상승 속도도 가팔랐다. 지난해 1월9일(15.3원↑) 이후 오름폭이 가장 컸다.

ECB 회의 결과로 유로화가 급락하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을 받았다. ECB는 14일(현지시간) 연내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준금리는 내년 여름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ECB의 통화정책 방향이 여전히 여전히 비둘기적(통화완화)으로 평가했다.

그러자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선 달러가치가 크게 오르고 유로화의 가치는 급락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4.81로 1.36% 뛰었다.

전날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파적(통화 긴축)'으로 해석된 점도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하반기 가파른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상반기에 이미 두 번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두차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장기전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첨단제품에 대한 25% 관세부과를 승인함에 따라 고조된 미·중무역분댕 우려가 커진 것도 위험자산(원화) 기피 심리를 자극했다.

장중 발표된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결정 사항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BOJ는 이날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마이너스 0.1%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10년 만기 국채금리 목표치도 현행 0%를 유지하기로 했다.

코스피도 환율 상승을 거들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44포인트(0.80%) 내린 2404.04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5551억원 어치를 내다 팔면서 환율 상승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승국면으로의 대세 전환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등 대형 이벤트들이 끝나면서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재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점에서 나오는 달러 매도 물량이 상승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도 봤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당분간 시장이 위쪽 테스트를 시도하겠지만 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에서는 네고물량(달러화 고점 매도)이 나왔는데 이날은 그간의 상단이 열렸다. 하지만 1100원대를 회복하면 꾸준히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지를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면서 "수출네고를 비롯한 고점 대기물량 출회는 원화 약세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현재 100엔당 990.57원으로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100엔당 984.41원)보다 6.16원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