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前금감원장, 13시간 검찰 소환조사…'묵묵부답'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월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검찰이 '셀프 후원·외유출장' 의혹을 받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3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김 전 원장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1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김 전 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사를 마친 김 전 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남부지검을 빠져나갔다. '피감기관으로부터 대가를 받은 것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전 원장은 "성실히 조사받았다"고 말했다. '외유성 출장의혹을 어떻게 소명했나', '출장이 뇌물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해 출장의 목적과 내용, 업무상 연관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4월10일 김 전 원장의 뇌물·직권남용·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수사해달라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시민단체 '정의로운 시민행동' 등 정당과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서울남부지검은 4월13일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와 서울사무소, 우리은행 본점 글로벌사업본부, 더미래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기관에서 참고인 수십 명을 불러 조사를 진행해 왔다.

김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정무위원회의 야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우리은행 등의 지원을 받아 2015년 5월 25일부터 9박 10일간 미국 워싱턴 D.C.와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등을 다녀왔다.

또 2014년 3월에는 한국거래소(KRX)의 지원을 받아 우즈베키스탄, 2015년 5월에는 우리은행 지원을 받아 중국·인도로 각각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과 유럽 출장 당시에는 의원실 인턴이던 A씨도 동행했다. A씨는 2015년 6월 9급 비서로 채용됐다가 2016년 2월 7급 비서로 승진했다.

김 전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해 중앙선서관리위원회는 4월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 전 원장의 출장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법 위반 여부는 출장 목적과 내용, 필요성과 업무관련성, 국회지원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며 위법성 여부에 판단을 미뤘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김 전 원장이 해외출장 때 보좌진과 함께 간 점은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보좌직원 퇴직금에 대해서는 정치활동 경비로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판단했다.

또 김 전 원장의 '셀프후원' 의혹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을 자신의 소속단체 등에 후원금으로 기부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113조를 위반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직선거법 113조는 국회의원 등이 연고가 있는 기관 등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인 2016년 5월 더미래연구소에 자신의 정치자금으로 후원금 5000만원을 보냈다. 그 뒤 더미래연구소장에 오르면서 급여 명목으로 2016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8500여만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