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여유' 찌꺼기 日140톤, 서울 7개 자치구 재활용 나서

아메리카노 한 잔에 커피 원두 20~22g. 커피를 만들고 나면 99.8%가 찌꺼기로 배출돼 모두 쓰레기통으로 간다.

그렇게 모인 커피박(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이 서울 지역에만 하루 140톤. 커피 원두를 소각·매립해 버리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1톤당 7만3000원이다. 서울시와 7개 자치구가 커피박 재활용 사업에 나선 이유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한 커피박 재활용 사업으로 현재까지 100톤의 커피박을 퇴비로 만들었다. 커피박으로 만든 퇴비는 충남 청양군 축산영농조합의 축사로 가서 새 임무를 담당하게 된다.

이런 방식의 커피박 재활용 사업 계획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서울시가 종량제봉투에 배출돼 매립·소각되는 커피박을 재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자치구와 재활용업체까지 모아서 추진했다. 2016년 서울시 자체적으로 소규모 시범사업을 해봤지만 자치구나 재활용업체 도움 없이는 확대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민 끝에 만든 협력 체계에서 자치구가 생활폐기물 또는 재활용품 수거할 때 주 2회 혹은 3회 별도로 커피박을 수거한다. 법적으로는 자치구 폐기물관리조례에 재활용 가능품목을 구청장이 따로 정할 수 있어 커피전문점의 커피박을 그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재활용업체는 축산농가에서 퇴비로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서울시는 분리배출 안내문 제작과 톤백 구매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총괄 관리를 맡았다.

올해 초부터 본격 시작된 사업에 종로·구로·동작·송파·강동 등 5개구가 참여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커피박만 담는 전용용기를 참여 매장에 배부하거나 투명 비닐봉투를 담을 수 있게 지원했다. 2월에는 5개구의 사업 현황이 전체 서울시 자치구에 공유했다.

그 결과 최근 3개구가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확대되는 추세다. 재활용센터 화재 사고로 사업을 잠시 중단한 강동구를 제외하면 현재 7개 자치구가 커피박 재활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구가 4월에 새로 사업을 시작했고 용산구는 이날부터 커피전문점이 집중된 구역 위주로 커피박 재활용에 들어간다. 관악구는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현재까지 참여 커피전문점 수는 7개 자치구 900여곳으로 전체 점포 수(4000곳)의 20% 수준이다. 환경부와 협약해 커피박 재활용을 추진하는 스타벅스 등 다른 방식으로 재활용 중인 큰 매장을 제외됐다.

커피박 재활용이 확대될수록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효용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소각·매립을 위한 연간 폐기물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초 재활용 사업을 시행했던 5개 자치구 기준 2600여개의 커피전문점이 모두 참여하면 1일 8톤(연간 2900톤)의 커피박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를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때 비용을 기준으로 보면 1년에 약 2억1300만원이 절감된다. 25개 자치구로 전면 확대된다면 단순 계산해도 연간 약 10억6500만원의 폐기물 처리비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은 많은 홍보와 세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활용 업체를 넓히고 수거 방식 등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현재 서울에서 배출된 커피박을 퇴비로 쓰는 축사는 하루 10톤까지 물량을 소비하지만 그 이상이 된다면 다른 협력체를 찾아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로 누적 폐기물량이 아직은 적고 보완할 부분도 있지만 자치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안정화가 되는 추세"라며 "조만간 각 구청 담당자들에게 건의사항을 듣기 위해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