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고객 모바일 행동 분석해 인도네시아 개인금융 공략

신한인도네시아은행 전경./사진제공=신한인도네시아은행.

인도네시아는 2억5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동남아시아 최대의 인구 대국으로 수도 자카르타는 ‘세계 최악의 교통 정체’로 악명이 높다. 승용차는 꼼짝없이 정체에 갇히지만 오토바이 택시인 ‘고젝’(Go-Jek)은 자동차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갈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인도네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고젝’은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근처 오토바이를 호출해주는 서비스로 기업가치가 약 50억달러로 추산된다. 고젝의 성장 뒤에는 9000만명의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사용자가 있다. 고젝은 최근 핀테크 기업을 인수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전자지갑 ‘고페이’(Go-pay)를 선보였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60%가 은행 거래를 하지 않지만 최근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신용카드를 뛰어 넘어 ‘고페이’와 같은 전자결제가 대중화하며 인도네시아 금융의 디지털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이에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들도 국내 은행처럼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며 오프라인 지점은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 일부 현지은행은 비대면 계좌 개설시 비디오뱅킹(화상통화)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e-KYC·Electronic Know Your Customer)를 도입했고 신한인도네시아은행도 이를 개발 중이다.

국내에선 고객이 지정한 계좌로 은행이 1원을 자동 송금하면서 보낸 4자리 코드를 고객이 입력하면 본인인증이 완료되는 방식이 주로 쓰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선 비디오뱅킹을 더 선호한다.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60%가 은행 거래를 하지 않아 은행이 1원을 송금할 계좌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인도네시아에선 금융 정보가 없는 사람이 많아 신용 인프라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은행 거래가 전무한 사람들은 주로 개인간 대출을 이용하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오토바이를 살 때는 소비자금융(마이크로파이낸스)을 이용한다.

이에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현지 핀테크회사와 고객의 행동정보 등 대안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해 개인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앱을 깔고 모바일 정보를 이용하도록 동의하면 전화를 누구에게 거는지, 모바일 쇼핑은 주로 언제 하는지, 주기적으로 오가는 곳이 있는지 등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이다.

일정하게 같은 지역을 오간다면 집에서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으로 분석해 높은 신용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과 핀테크회사는 이런 대안 데이터를 분석해 50%씩 공동 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변상모 신한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은행을 이용하는 국민이 많지 않아 대안 데이터 기술이 빨리 발전하면서 도입되는 추세”라며 “디지털금융은 초반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고 말했다.

또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거의 꼴찌인 은행 2개를 인수해 점포가 많지도 않고 좋은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금융으로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