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우려에 원/달러 환율 또 상승…1109.1원 마감

19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사진제공=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11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가속화, G2(미·중) 무역전쟁 우려 확산으로 촉발된 급등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꺼내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카드가 시장의 리스크오프(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불을 붙였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4.3원 높은(원화 약세) 1109.1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전날 세웠던 종가 기준 연고점(1104.8원)을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으로, 지난해 11월15일(1112.3원)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의 하락분을 반영해 전거래일 보다 0.4원 내린 1104.4원에 출발했다. 개장 직후엔 상승하다 오전 10시30분을 기점으로 전날 종가대비 하락으로 전환, 1100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오후 들어선 위쪽으로 방향을 돌려 오름폭을 확대해 갔다. 장 마감 직전 세운 장중 최고점은 1109.8원으로, 지난해 11월15일 기록한 1116.6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는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간 33.9원 상승했다. 연내 4회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이었던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결과로 나타난 강(强) 달러 분위기가 반영됐다.


여기에 주말 사이 불거진 미·중 무역마찰 우려의 파급력이 더해졌다.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부과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중국도 보복관세를 예고하자 19일(현지시간)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 부과 검토를 지시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모습을 보이자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위험통화인 원화는 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도 직격타를 맞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36.13포인트(1.52%) 내린 2340.1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6일(2319.82) 이후 최저치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6일 연속 '팔자'를 기록하며 2158억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중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전일 종가대비 하락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전날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100원선이 뚫린 상황에서 상승세를 저지하기엔 힘이 달렸다.

외환당국은 환율 급변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정말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엔 재정환율도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00엔당 1000원선을 돌파했다. 지난 4월16일(1001.63원)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1.67원 오른 100엔당 1011.35원을 기록했다. 원/유로 환율은 1유로당 1287.28원으로 6.98원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