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일제 땜질 옷 벗은 '국보'…미륵사지 석탑 정비 완료

익산 미륵사지 석탑 수리 후 동북측면 모습./사진제공=문화재청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20년만에 본 모습을 드러낸다.


문화재청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20년간 수리, 정비 작업을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오전 11시 전라북도 익산 미륵사지 현장에서 최근 수리를 마친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과 조사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설명회를 연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현존하는 최대 규모 석탑이다. 백제 목조건축의 기법이 반영된 독특한 양식이 특징이다. 익산 미륵사는 7세기 백제 무왕 대에 창건돼 조선시대까지 유지된 사찰로 1980년부터 1994년까지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전체적인 규모와 가람배치의 특징 등이 밝혀졌다.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미륵사에 있었던 3개의 탑 중 서쪽영역에 위치한 석탑이다. 조선시대 이후 반파된 상태로 6층 일부까지만 남아 있었으나 1915년 일본인들이 붕괴된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워 보강했다.

1998년 전라북도에서 구조안전진단을 한 결과 콘크리트가 노후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듬해 문화재위원회에서 해체 및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2001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전라북도와 협약을 체결하고 석탑의 본격적인 해체조사와 다양한 분야의 학술·기술 조사연구, 구조보강, 보존처리 등을 시행했다.

1910년 당시 미륵사지 석탑의 동측면(왼쪽)과 서측면 모습./사진제공=문화재청

정비작업의 원칙은 '추정 복원을 지양'하는 것이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원래 남아있었던 6층까지 수리를 완료했다.

문화재청 측은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는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기간 동안 체계적인 수리를 진행한 사례"라며 "특히 국제적 기준에 따라 학술조사와 해체·수리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석조문화재 수리의 선도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원래의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해 문화재 진정성 확보에도 힘썼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2009년 1월 석탑 해체조사 과정 중 1층 내부의 첫 번째 심주석에서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가 발견돼 학계, 불교계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석탑의 건립 시기(639년), 미륵사 창건의 배경과 발원자 등이 밝혀졌다. 이후 수습한 유물들이 학술조사와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최근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사업' 진행 과정을 계속 공개해온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다음달 중순까지 현장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12월까지 석탑 외부에 설치된 가설시설물의 철거와 주변 정비까지 완료한 뒤 석탑의 완전한 모습을 공개한다. 내년에 수리 준공식을 개최하고 수리보고서 발간 등을 마치면 석탑 보수정비 사업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수리 전 미륵사지 석탑의 동측면(왼쪽)과 남동측면 모습./사진제공=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