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버라이즌 등 美이통 3사 '위치 정보' 판매 중단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위)와 티모바일의 로고./AFPBBNews=뉴스1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 미국의 3대 이동통신사가 앞으로 휴대전화 소유자들의 위치 정보를 중개업자에게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지난 15일 그동안 이동통신사의 위치정보 유출 사례를 폭로해온 론 와이든 오리건주 상원의원(민주당)에게 편지 답장을 통해 "고객들의 위치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위치정보를 중개업체에 제공하는 계약을 새로 맺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다른 통신사들도 버라이즌의 행동에 동참했다.


위치 정보 서비스를 사용하면 미국 내 어디서든 몇 초 이내에 휴대전화 소지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물의 배달 추적, 차량·직원의 위치 파악, 피싱 예방,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위치 정보 서비스는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위치 정보 서비스 현황을 폭로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라이즌을 비롯한 통신사들이 '로케이션스마트,' '주미고' 등 위치정보 중개업체에 고객들의 위치 정보를 판매해왔다. 이들 중개업체는 75개의 다른 업체에 위치 정보를 제공했고, 이를 사들인 시큐러스 테크놀리지 등의 회사들은 고객 동의 및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로 위치정보를 사용해왔다.

특히 시큐러스 테크놀리지는 지역 경찰들이 법원의 명령 없이 전화를 걸거나 받는 사람의 위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 논란이 됐다. 와이든 의원은 이같은 개인정보 유출을 규탄하며 그 대응책을 요구하는 편지를 각 통신사에게 지난달 보냈다.


버라이즌의 답신 이후 와이든 의원은 19일 성명을 내고 "버라이즌이 책임있는 행동을 했다"고 칭찬하고 "AT&T, 티모바일, 스프린트는 고객의 개인 정보를 의심스러운 중개업체에 팔아넘기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AT&T는 즉각 성명을 내고 중개업체에 위치정보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스프린트도 곧이어 동참했다.

한편, 카렌 자카리아 버라이즌 개인정보 담당 국장은 "사기 예방이나 긴급 교통지원 같은 이로운 서비스들은 중단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T&T의 짐 그리어 대변인은 중개업자에 대한 정보제공 사업만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4대 통신사 중 하나로 꼽히는 티모바일의 존 레저 최고경영자는 이날 "의심스러운 중개업체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와이든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중개업체에 판매는 계속하겠다"고 적어 사실상 현행 유지를 선언했다.

현지 언론들은 통신사들의 발표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회사 이외에) 계약 내역, 추후 계약 의사 여부, 추후 예방조치 등 중요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WSJ도 "고객들이 이번 조치로 발생하는 차이를 느끼기 힘들 것"이라며 "이미 많은 위치정보를 구글·우버 등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