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변동성 확대에 국민재테크 ETF 성장 급제동

증시와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에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른 ETF(상장지수펀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올 초까지 급성장하던 ETF 시장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거래대금마저 감소해 시장 규모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 등 주요 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ETF 설정규모(순자산가치총액)는 지난달 이후 감소했다.


15개 자산운용사의 ETF 설정규모는 지난 18일 기준 39조3389억원으로 4월 말 40조8395억원에 비해 1조5006억원(3.7%) 감소했다. 지난해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며 4월 말 40조원을 돌파한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체별로는 ETF 시장점유율 규모가 큰 대형 운용사들의 설정규모가 일제히 쪼그라 들었다.

국내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삼성자산운용은 20조3027억원으로 4월 말 보다 2742억원(1.3%) 줄었다. 미래에셋이 5401억원(5.7%), KB가 5672억원(12.2%) 줄었고 한화, 한국투신은 각각 494억원(2.5%), 240억원(1.4%) 감소했다.


ETF 시장 성장세가 꺾인 건 지난달 이후 채권금리(가격)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증시가 하락한 게 주된 요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일반 ETF의 자산가치에 반영돼 설정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며 "최근 코스피 등 지수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설정규모 감소세가 가파르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지수인 코스피200, 코스닥150은 지난 19일 종가기준 각각 지난달 이후 6.86%, 8.86% 빠졌다. 이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해 외국인 자금이탈이 늘어난 영향이다.

거래대금도 감소세다. 지난달 ETF 일평균거래대금은 1조539억원으로 전월보다 17% 가까이 줄었다. 지난 2월 2조원 규모까지 늘어난 뒤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삼성전자 액면분할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주식 직접투자가 늘었고 증시 변동성 확대로 차익실현 거래가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향후 ETF 거래대금 감소가 지속되면 전체 설정규모 감소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거래대금이 줄더라도 종목별로 등락률이 달라 설정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자산운용사의 ETF 설정규모가 전체 펀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삼성 등 대형사의 경우 ETF 설정규모가 전체 펀드의 20~30%에 달한다"며 "이들 운용사는 상대적으로 설정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ETF 수수료도 줄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