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항공사에 제주항공까지 '조종사 블랙홀'로" LCC간 갈등 증폭

제주항공 B737 항공기/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 (10,820원 ▲50 +0.46%)이 중국 항공사들에 이어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조종사 블랙홀'로 지목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타 LCC 업체들이 "상도의를 벗어나 무더기 조종사 빼가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는 반면, 제주항공은 "자발적 직업 선택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업체인 A사의 경우 올 초 10명이 넘는 조종사가 제주항공으로 이직했으며, 또 다른 B사에서도 올 상반기 5명이 제주항공으로 넘어갔다.

단기간에 두자릿수 이상의 조종사가 특정 항공사로 옮기는 경우는 이례적이란 게 업계 반응이다. 현재도 추가 스카우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의 경우 보잉사의 B737 단일 기재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올해에만 8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기종은 여타 LCC에서도 주력으로 활용되다 보니 극심한 조종사 수급난이 빚어지고 있다.

비행기 1대를 도입할 경우 조종사 6개팀(기장·부기장 각 1명씩을 1개팀으로 간주, 6세트)이 필요하다. LCC 업계 성장으로 타사들도 기재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종사 1인당 스카우트 보너스로 수천만원의 웃돈까지 제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열린 항공사 대표 간담회에서도 이 사안과 관련해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한 LCC 업체 대표는 "조종사가 먼저 이직한다고 하면 모르겠으나, 상대편에서 따로 물밑에서 연락을 해 빼가는 건 지양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자칫 무더기 이직에 따른 공백으로 기존 조종사 피로도가 증가해 안전 운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신규 기재 도입을 할 때 사전에 조종사 수급·양성 계획을 보고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반기 추가 간담회를 열고 해외 사례를 파악한 뒤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업체 보고가 부실할 경우 운수권 배분을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노선이나 슬롯 부족 등으로 LCC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조종사 빼가기가 인건비 상승 도미노를 불러와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이 심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신규 LCC 설립이 추가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각 항공사들이 자체 양성을 통한 인력 수급을 하고 제한적으로 조종사 정년을 연장하거나 해외 인력을 도입하는 등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