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공짜로 써도 되나?”…제2창작 위한 공유저작물 확대

전통문화예술기획사 '여민'의 홍보물 제작에 18세기 작자 미상의 공유저작물 이미지가 사용됐다. /사진제공=한국저작권위원회

내가 만든 영화에 애국가를 배경음악으로 쓰고 싶은 데 써도 될까? 고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를 쓰기 위해 고인의 허락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작권의 어려운 용어와 해석으로 생긴 일상의 혼란은 부지기수다.


저작권은 권리보호 목적이 우선이지만, 유통 촉진을 통한 제2의 창작물 생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공유저작물 개념이 도입됐다.

공유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을 말한다. 저작권자가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동으로 권리가 부여된다. 저작자가 권리보호를 원하면 ‘허락’이라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원하지 않을 땐 난감하다. 이용자들이 이 저작물을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창작자)는 이를 위해 저작물에 CCL(자유이용허락표시저작물)을 적용하거나 기증하는 방식을 통해 공유의사를 밝힐 수 있다. 이용자가 마음 놓고 쓸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기증저작권 관리 단체로 지정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다양한 형태의 공유저작물을 수집하거나 기증받아 손쉽게 활용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05년 ‘애국가’와 2013년 김중만 사진작가의 정부수립 66주년을 기념한 사진 66점은 모두 위원회에 기증된 공유저작물이다.


공유저작물은 CCL을 비롯해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만료저작물, 저작권이 기증된 저작물, 국가 등이 업무상 작성해 공표한 공공저작물 등으로 나뉜다.


저작권 기증 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18건이던 기증 건수는 2016년 880건, 2017년 1874건으로 2년 사이 100배 이상 증가했다. 공유저작물의 세부 콘텐츠 현황(2017년 12월 현재)은 사진이 48만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술(13만여 건), 어문(4만여 건), 음악(3000여 건), 영상(1000여 건) 순이었다.

위원회는 2016년부터 릴레이 저작권 기증을 통해 남상욱 사진작가의 사진 365점과 서원수 사진작가의 사진 151점을 기증받았다. 최근에는 김훈 작가의 손글씨를 기증받아 위원회가 폰트프로그램으로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위원회는 공유저작물의 더 많은 수집과 이용 활성화를 위해 올해 다각적인 사업을 펼친다. △개인소유로 사장될 가치 있는 저작물을 발굴, 수집하는 국민저작권 보물찾기 운영 △고 가치 만료저작물 수집 확대 △공유저작물 활용 창작 공모전 개최 △릴레이 기증 활성화 등이 그것.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저작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공유마당을 통해 공유저작물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창작물에 CCL을 적용하는 등 ‘저작권 활용’을 통해 창작 생태계가 더욱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