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만에 다우 퇴출… GE에 무슨 일이

“방탕했던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아이콘이며 한때 세계 최대의 기업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영위기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올해 초 이렇게 진단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해 기업해체 수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국을 대표하는 30개 우량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불명예 퇴출을 당하게 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S&P다우존스지수는 이날 "다음주 다우지수 30개 구성종목에서 GE를 빼고, 약국체인업체인 월그린스부츠얼라이언스(WBA)를 새롭게 편입한다"고 밝혔다.

GE의 다우지수 퇴출은 제조업 쇠퇴 등 미국 산업지형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S&P다우지수는 설명했다. 소매, 금융, 금융, 정보기술, 헬스케어 기업들에 비해 전통적인 굴뚝기업들이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다우지수 30개 편입종목 중에서 GE와 같은 전통적인 제조나 에너지 기업들은 보잉, 캐터필러, 쉐브론, 엑슨모빌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GE의 퇴출은 지속되는 실적부진과 주가급락이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GE는 지난해 4분기에만 98억3000만 달러(약 10조89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주가는 지난 1년간 55%, 올들어 26%나 추락했다.

GE의 이같은 몰락은 본업인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비주력 금융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문어발식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과거 성장전략의 후유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영의 신’ 잭 웰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몰락의 신화

GE 몰락의 신화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잭 웰치 회장 겸 최고경영자 시절부터 잉태됐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잭 웰치 회장이 이끌던 20년간 GE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잭 웰치 회장은 금융, 의료기기, 미디어분야까지 손을 뻗치며 전구, 기관차 등 제조업으로 성장한 GE를 세계 최대의 복합 공룡기업을 변신시켰다. GE의 시가총액은 2000년 5940억 달러에 달했고, 미국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잭 웰치 회장이 설립한 GE캐피털은 급성장하며 한때 GE 전체 영업이익의 60% 차지했다. 보험부터, 모기지, 항공기 리스까지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GE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혁신의 왕’으로 불리는 제프 이멜트 CEO가 2001년부터 잭 웰치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GE는 여전히 GE캐피털을 통해 조달한 부채를 다른 계열사의 해외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문어발 확장을 지속했다. 미 경제성장에 기댄 손쉬운 금융사업에 취해 GE가 근본인 제조업 경쟁력과 기술혁신을 잃어버리는 우려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금융위기 터지면서 GE캐피털은 직격탄을 맞았다. 잘나가던 금융사업은 GE에 독이 됐다. GE캐피털은 연방정부에서 1390억 달러를 빌려 겨우 생명을 연장했다. 하지만 GE이 경쟁력을 사라졌고, 실적을 뒷걸음질쳤다. 이멜트 CEO는 이후 ‘제조업 뿌리로 돌아가자“고 외치며 GE캐피털 사업의 대부분은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존 플래너리 GE 최고경영자. /AFPBBNews=뉴스1

◇‘새로운 해결사’ 존 플래너리의 기용...악재 막기엔 역부족

GE는 지난해 8월 이멜트 대신에 ‘새로운 해결사’로 존 플래너리 CEO를 기용했다. 플래너리 CEO는 “복잡성이 우리를 해쳤다”고 위기 원인을 진단했다. 그는 10개가 넘는 사업을 정리하고 전력 부문에서 1만2000명을 감원했다. 1938년 이후 처음으로 주주배당도 줄었다.

그는 올해 3월엔 “핵심사업인 전력과 항공, 헬스케어 등을 분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더욱 단순하면서도 더욱 강한 GE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초 보험부문에서 150억 달러 규모의 우발부채가 발견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고,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특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어 회장이 지난해 GE 지분 전량을 처분한 것은 GE 주가급락의 결정타가 됐다. GE가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더라도 이전의 화려한 날을 재현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