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경유차 폐차에 돈 내라고?" 여전한 DPF 덤터기

경유차를 중고로 매입한 차주가 폐차할 때 수십 만원에 이르는 매연저감장치(DPF) 자부담금을 납부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차주가 아닌 엉뚱한 제3자가 돈을 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뒷짐을 진 모양새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7월) DPF 자부담금 납부 7749건 가운데 중고차 구입으로 변경된 차주가 자부담금을 납부한 건수는 4230건(54.6%)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DPF는 경유차의 배기구에 장착하는 일종의 필터다. 환경부는 2005년부터 '유로-5'(Euro-5) 배출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차량을 대상으로 DPF 장착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까지 DPF를 부착한 차량은 약 49만대에 이른다.

환경부는 차종에 따라 380만~560만원인 DPF 금액의 90%를 지원하고 오염자부담원칙을 이유로 나머지 10%를 차주에게 납부하도록 했다. 당시 DPF 제작사들은 서로간 경쟁이 심화되자 차주가 내야할 자부담금을 '후납' 해달라며 대납했다. 실제로는 2013년부터 납부 대행을 맡은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차종에 따라 약 10만~35만원가량을 받는다.

문제는 중고차 매매로 차주가 바뀐 뒤에도 자부담금을 받는다는 점이다. 2016년까지는 자부담금을 납부하고 협회에서 DPF 반납확인증명서를 받지 않으면 아예 차량등록 말소가 불가능했다. 중고차 차주는 폐차를 위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떠안은 자부담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납부하는 문제가 계속됐다.


환경부가 2016년 10월부터 DPF 반납확인증명서와 자부담금 납부를 의무 연계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3자가 자부담금을 내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난해 1~7월에만 변경된 차주가 납부한 자부담금이 5억6600만원에 달했다.

협회는 차주와 직접 대면하는 폐차업자에 '홍보비' 명목으로 대당 1만원을 지급하며 자부담금 납부를 유도한다.

폐차 업계 관계자는 "절차를 잘 모르는 일반인의 경우 업체의 안내에 따라 자부담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협회가 자부담금 납부를 차량등록 말소와 연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 역시 "DPF가 부착된 중고차가 매매돼 차주가 바뀐 경우에도 최종 차주에게 자부담금을 받는 것은 '남의 빚을 대신 내게 한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하루빨리 이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환경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중고차를 매입하면 DPF 자부담금 납부 의무가 승계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같은 유권해석을 위해 따로 법적 자문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차량 명의가 변경되면 자동적으로 자부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의무가 승계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문제는 그런 부분이 안내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오해를 없애기 위해 2017년부터 유관 기관에 지침을 내려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영역인 개인(차량 소유주)과 DPF 제작사 간 채무 관계에 정부와 유관 기관이 관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로 지적된다. 자부담금은 엄연히 차량 소유주와 제작사 간의 계약을 근거로 하고 있다. 협회가 제작사와 계약을 맺어 납부대행 업무를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채무 관계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협회 업무만 관리할 뿐이라고 해명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협회는 배출가스 저감 사업의 사후관리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납부대행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환경부는 협회가 자부담금 납부를 강제한다는 논란이 있어 이 부분만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