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개고기는 안돼, 그럼 소·돼지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상인들이 개를 차에서 내리고 있다./사진=뉴스1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개고기 식용 논쟁’ 말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개고기 식용 문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거리로 삐져 나왔다. 지난 4월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들과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안국역 주변에서 개고기 식용 찬반 기자회견을 펼친 것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두 단체는 서로를 비판하며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개 식용 문제는 국제적인 이슈로 비화하기도 한다. 개 식용이 한국 고유문화로 여겨지면서 국제 행사 때마다 개고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 때문. 지난 2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얀 블록하위선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느닷없이 "이 나라에선 개들을 잘 대해 달라(Please treat dogs better in this country)"고 말한 뒤 자리를 떠 논란이 됐다.

관련 논란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에 해당하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정의하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는 포함되지 않아서다. 사실상 법적으로는 '개고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육견업계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 개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고기도 적법한 '고기'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화면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는 측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한다. 개는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수십 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게 죽어가는 개와 고양이만이라도 제발 식용을 종식해 달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20일 기준) 참여 인원이 5만1000명을 넘어섰다.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15일 축산법상 가축의 정의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동물권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개는 감정교류를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가족과 같은 반려의 존재"라며 "축산물로써 진흥시키거나 축산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가축이 아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 "개 식용 허용해야 반려견 보호할 수 있어" VS "모든 개 식용 금지해 동물권 지켜야"

하지만 일각에서 동물권을 이유로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면서 다른 동물에 대한 식용·도축을 방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을 생명체로서 존중하는 동물권 보호 대상은 모든 동물이지 반려동물인 개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운다는 대학생 김재영(22)씨는 "애견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고기 식용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강아지들에게 닭가슴살 등 간식을 줄 때마다 개는 다른 동물 고기를 먹는데 사람은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건 모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개 식용 논쟁은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 중 하나다. 지난 5월 육견단체협의회 생존권 보장 집회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개고기 식용을 반대해 마찰을 빚자 경찰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뉴스1

이는 육견단체는 개 식용 찬성 논리이기도 하다.김상영 대한육견협회 대표는 "반려인구가 늘면서 국민 정서가 변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반려동물'이라는 이유로 개고기만 금지하자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며 "개고기를 금지하는 것보다 식용견과 반려견을 분리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 개 식용을 허용하는 것이 반려견 보호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물권단체는 이 논리가 비합리적이라고 반박한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소나 닭은 먹으면서 왜 개 식용은 반대하냐는 주장은 평등의 기준을 하향시키는 것"이라며 "정말 동물들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다면 '개 식용 반대'에 반기를 들 것이 아니라 개부터 보호하고 식용을 금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아직도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면 '혹시 잡아먹히진 않았을까'하는 불안감이 먼저 드는 상황"이라며 "개 식용 금지처럼 법적으로 실행 가능한 부분의 동물 보호부터 시작해 모든 동물의 동물권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