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갸우뚱하던 무디스마저 신용등급 13년만에 상향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0일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13년만에 한단계 상향 조정했다.


'Aa3'는 무디스 평가 21개 신용등급 가운데 'Aaa', 'Aa1', 'Aa2'에 이어 4번째 높은 등급으로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IT 경쟁업체 중에서도 애플(Aa1·안정적)을 제외하면 인텔, IBM(이상 A1·안정적), 아마존(Baa1·긍정적)보다 높다. 한국 국가신용등급(Aa2) 바로 한 단계 아래 등급이다.

무디스는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이면서 2005년부터 'A1'으로 묶어둔 신용등급을 상향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무디스는 이날 삼성전자 신용등급을 'Aa3'로 상향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쟁사인 S&P(스탠다드앤푸어스)와 피치도 각각 지난해 7월과 10월 삼성전자 신용등급을 'A+'에서 'AA-'(4번째 등급)로 각각 상향했다.


그동안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에선 삼성전자의 현금보유 규모와 별도로 신용등급 상한선을 'A1'(S&P·피치의 경우 A+)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휴대폰 업황 변동성이 큰 편인 데다 투자비용이 상당한 설비투자라는 까닭이었다.

글로벌 경쟁사인 인텔이 2016년까지 삼성전자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 'A1'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배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가 이번 등급 상향 이유로 영업 안정성 개선과 탄탄한 현금흐름 외에 업황 변동성에 대한 우수한 완충력을 꼽은 게 눈에 띄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가 업황 변동성이 높은 산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최소 2~3년 동안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 리더십 우위,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실적 개선세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사업부문에 대해서도 무디스는 "중국 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나 높은 진입 장벽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3~5년 동안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삼성전자에 의미 있는 위협이 되거나 기존 시장 구도의 재편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삼성전자에 대한 글로벌 업계의 고정관념이 다시 한 번 바뀔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피치의 경우 2013년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진정한 혁신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거부한 적이 있다.

무디스는 앞으로 2~3년 동안 삼성전자의 조정영업이익률이 평균 19% 수준으로 2013~2017년의 평균 16%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2020년 조정영업현금흐름은 평균 59조원으로 2013~2017년의 평균 47조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25%를 넘어서면서 애플(23~24% 전망)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디스의 등급 상향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단순한 하드웨어 기술업체로 평가했던 신평사들마저 새로운 기준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