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 First!" 트럼프의 도미노 탈퇴…TPP부터 유엔인권이사회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9일 (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 탈퇴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유엔인권이사회가 "파렴치하게도 위선적이며, 세계 최악의 인권침해를 무시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국들을 이사국으로 앉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도 "유엔인권이사회가 지난해 더욱 인권에 냉담해졌고, 인권탄압국들의 보호자가 됐으며, 정치적 편향의 소굴이 됐다"고 비난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각종 국제협정에서 잇따라 이탈하고 있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19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까지 굵직한 국제협정 탈퇴만도 5개이다.


미국은 최근 UNHRC를 "위선적"이라며 탈퇴를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는 오히려 “미국이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브래드 아담스 '휴먼라이츠 워치' 아시아 지부장은 '미국의 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가장 큰 목소리를 내왔던 미국의 이번 결정은 아주 큰 실책"이라고 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가치를 부정하면서까지 탈퇴라는 무리수를 둔 건 오로지 자국 이익, 특히 경제적 이득을 먼저 생각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때문이다. 당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더는 예산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발을 뺀 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다. 다자협정보다 각국을 일대일로 상대하는 양자 무역협정이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NAFTA 탈퇴를 공공연히 얘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NAFTA 재협상 불발을 명분으로 NAFTA 탈퇴를 선언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탈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온실가스 배출 2위인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는 무책임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공적인 가치를 외면한 것 또한 미국의 경제적 손익계산이 한몫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약에 탈퇴하면서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의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기후기금(GCF) 출연도 보류했다. GCF 기금 총 100억 달러 중 미국의 할당량은 30억 달러였다.

미국은 UNHRC 외에 또 다른 유엔 기구인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도 탈퇴한 상태다. 미국은 유네스코가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중동 문제에서 자신들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 실질적 이유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무역에서 양자무역으로 전환해 협상력을 키우는 것처럼 국제기구 역시 탈퇴를 통해 국익을 최대한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분담금 축소도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유네스코 일반 예산의 22%를 부담했다.

이란핵협정 탈퇴는 '이스라엘 밀어주기'로 요약된다. 이란의 하산 로하이 정권을 흔들면서 이란의 '숙적'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핵협정 탈퇴의 변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장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 유지'를 언급했다. 이스라엘을 통해 중동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핵협정에 참여한 독일, 프랑스, 영국과의 동맹 관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