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제사절단에 조선 빅3 총출동, 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현대중공업 (119,300원 ▼100 -0.08%)과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 삼성중공업 (9,630원 ▲90 +0.94%) 등 대형 조선 3사 인사들이 모두 동행해 눈길을 끈다. 일감 부족에 직면한 국내 조선업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가로 선박 발주가 예상되는 러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가삼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사업대표(사장)와 손관원 대우조선해양 전무(선박사업본부장), 김경혁 삼성중공업 전무(조선해양영업본부장)가 이번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러시아는 선박 건조 능력을 확보하고 조선업 인프라 확충을 추진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석유가스회사에 신조 발주를 촉구하고 있다.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2035년까지 러시아가 전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등 조선해양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조선 산업 관련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고 부족하다"면서 "특히 에너지 자원 개발을 위한 선박 발주 시장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조선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주절벽을 겪는 조선업계는 러시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북부 야말(Yamal) 반도의 맞은편 지단 반도의 가스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인 2차 야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시베리아 최북단 야말 등에서 생산된 LNG(액화천연가스)를 쇄빙선으로 운송해 아시아와 중동, 남미로 수출지역을 다각화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목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1차 야말 프로젝트로 5조원 규모의 쇄빙액화천연가스운반선(이하 쇄빙 LNG선) 15척을 모두 수주했다. 지난해 3월 이 가운데 첫 선박을 인도했고 2020년까지 모두 인도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도 올해 첫 대외 활동으로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4호 쇄빙 LNG선 출항식에 참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차 야말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쇄빙 LNG선은 척당 가격이 3억2000만달러에 형성돼 있어 일반 LNG 운반선의 1.6배 수준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푸틴 대통령이 2차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에서 건조하도록 지시한 모양"이라면서도 "러시아 조선소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지 보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북극해 자원개발에 따른 쇄빙유조선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쇄빙유조선은 일반 유조선과 비교해 크기(적재량)는 적지만 선가는 2배 가까이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삼성중공업은 이제까지 총 9척의 쇄빙유조선을 러시아 업체에 인도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러시아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5월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과 각각 49%, 51% 비율로 출자해 즈베즈다-현대를 설립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합작회사와의 기술지원협약 체결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러시아에서의 사업기회도 확대할 예정이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건조 능력 확보를 위해 기술 협력을 통해 조선업 인프라를 확충하길 원한다"면서 "국내 조선업체가 쇄빙선 등의 수주를 선점한다면 유동성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