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넘는 개인사업자대출, 집 사는데 보태면 즉시 회수

빠르면 8월부터 1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는 대출 받은 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은행의 점검을 받는다. 대출받은 돈을 집을 사는데 보탠 사실이 드러나면 대출금을 바로 상환해야 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개인사업자대출의 자금용도 외 유용 여부 사후점검에 대한 면제 기준을 '건당 1억원 이하 및 동일인당 5억원 이하'로 강화하는 내용을 금융당국과 논의하고 있다. 은행들은 면제 기준이 정해지는 대로 내규에 반영해 빠르면 8월중으로 시행한다.

자금용도 외 유용이란 사업자가 대출받은 돈을 기업활동과 무관한 주택구입자금 등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건당 2억원이하 또는 동일인당 5억원 이하' 대출에 대해 자금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을 면제했다. 이 기준에 따라 일부 은행에서는 지난해 취급한 개인사업자대출의 92.5%가 사후점검 대상에서 빠지자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인사업자인 부동산임대업자가 시설자금을 대출받으면 대출액에 관계없이 유용 여부를 점검한다. 사업장 임차·수리자금도 대출액에 상관없이 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사후점검 대상 기준이 강화되면 개인사업자대출의 20% 이상이 사후점검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후점검 방법도 강화된다. 은행은 대출 집행 후 3개월 이내에 대출금 사용내역표를 받으면서 계약서, 영수증, 계산서 등 증빙자료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은행의 현장점검 시행시기는 기존 6개월 이내에서 3개월 이내로 빨라진다.


자금용도 외 유용이 드러나면 은행은 해당 대출을 즉시 회수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가 운전자금으로 대출받은 돈을 임금 지불이나 원재료 구입 등에 사용하지 않고 집을 사는데 보탰다면 해당 대출을 즉시 갚아야 하고 1년간 신규 대출도 받지 못한다. 특히 용도 외 유용한 사실이 두번 적발되면 5년간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한다.

은행이 자금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을 강화하면 개인사업자가 대출을 받아 가계자금으로 쓰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속도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향 조정, 신(新) DTI(총부채상환비율) 도입,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풍선효가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후점검을 강화하면 은행 영업점에서도 개인사업자대출을 꼼꼼히 볼 수 밖에 없다"며 "개인사업자대출이 가계대출 규제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