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효자… 패션주, 또 무더기 신고가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패션주 주가는 연일 사상최고가를 고쳐 쓰고 있다. 한·중 관계가 회복되면서 면세점 관련 매출이 급증하고, 리브랜딩에 성공한 의류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투자심리가 뚜렷이 살아났다.


21일 코스피 섬유의복 업종지수는 0.78포인트(0.25%) 오른 319.08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60% 오른 329.75를 기록, 연중 고점을 찍기도 했다. 이 지수는 지난 4월부터 상승세를 그려왔는데 올 들어 수익률이 8.19%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5.25%)보다 13.44%포인트나 높다.

이날도 섬유의복 업종지수 내에서 52주 신고가를 찍은 종목이 무더기로 나왔다. 면세점 등 유통채널 다각화에 따른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신세계인터내셔날 (17,660원 ▲120 +0.68%)(11.08%), F&F (14,350원 ▼50 -0.35%)(5.90%), 브랜드 리빌딩에 성공한 한섬 (18,690원 ▼90 -0.48%)(2.54%), 휠라코리아 (39,250원 ▼50 -0.13%)(2.37%) 등이 그 주인공이다. F&F는 이날 장중 주가가 21.23% 급등하기도 했다.

◇실적 받쳐주는 패션주 고공행진=이들은 모두 실적 모멘텀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올 2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41.1%, 23.7%에 달한다. F&F와 휠라코리아도 영업이익이 각각 14.8%, 13.3% 증가할 전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F&F의 실적호조를 견인하는 것은 화장품 사업과 MLB 브랜드인데, 모두 지난해부터 면세점 입점을 본격화하며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합작 프리미엄 브랜드 '비디비치'를 비롯해 수입 화장품 브랜드가 계열사 면세점 내 좋은 자리에 입점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화장품 사업이 영업이익의 70%를 넘게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패션 회사에서 화장품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22.9배로 화장품 업종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에 이르렀다.

F&F 실적은 MLB가 핵심이다. 면세점 상품 구성이 마진이 높은 모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 MLB 모자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의류 대비 재고 부담이나 계절성이 덜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PER 10.8배 수준으로 실적 상승세를 밸류에이션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수혜주 실적 모멘텀 지속 전망"=전문가들은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고점을 말하긴 이르다고 설명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면세점 판매 수혜를 입고 있는 업체들의 실적 모멘텀이 지속되며 이들에 대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추가적으로 높아질 여지가 있다"면서 "실적 모멘텀이 강화된 F&F, 휠라코리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유일한 리스크는 너무 많이 오른 주가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인 관광객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전성기 대비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고, 하반기 시내면세점들이 추가 출점할 예정이어서 채널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다만 "채널사업자인 면세점이 채널 입점수수료 상승을 요구하거나 중국 정부 당국에서 2014년과 같이 보따리상 등 탈세 유통채널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일 경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판매 호조와 화장품 등 신제품 출시로 실적 모멘텀 존재하는 업체 전망이 긍정적"이라며 "이번주 발표되는 면세점 통계 자료에서 외국인의 인당 구매액 증가율 둔화가 지속되는 지와 사드 기저효과에 힘입은 외국인 매출이 고성장을 지속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